분명 큰 맘먹고 위로하러 갔는데 말입니다.
“시간 나면 커피라도 한잔할까?”
친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반 톤 낮았다.
오랜만의 연락이었지만, 그 묵직한 목소리가 한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카페 창가에 마주 앉은 우리는 잠시 서로의 숨결만 느끼며 커피잔을 매만졌다. 잔이 식어가는 속도만큼 침묵도 천천히 퍼졌다. 그러다 친구는 잔을 내려놓고 말을 꺼냈다. 회사의 피로, 집안의 무게, 사람 사이에서 쓸린 마음들. 그의 말 끝마다 가벼운 한숨이 실려 있었다. 나는 위로를 건네려 했지만 “지나갈 거야.” “넌 잘하고 있어.” 같은 말만 어색하게 흘러나왔다. 말보다 마음이 더 느린 날이었다. 친구는 그 말에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의 고요가 더 아려웠다.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지 몰라 애꿎은 커피잔만 매만졌다. 그때 친구가 나지막이 물었다.
“너는 요즘 괜찮아?”
그 한마디에 목이 막혔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고개를 들었다. 사실 나 역시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친구의 눈빛은 그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눈빛은 따뜻함도 차가움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이 덮어둔 마음 사이로 천천히 닿았다. 평소와 같았던 그 한마디가, 한겨울 주머니 속에서 막 꺼낸 손난로처럼 손끝에 닿아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위로를 주려던 자리에서, 오히려 내가 먼저 위로를 받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고받은 말들은 특별할 것 없었는데, 그날따라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위로는 주고받는 말이 아니라,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순간 저절로 피어나는 온기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요즘 나는 위로의 말을 억지로 고르지 않는다. 그저 내 안에 남아 있는 작은 잔열이, 누군가의 하루 끝에 조용히 닿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