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_#09. 술래의 자리에서

나는 여전히 이 게임의 요령을 모른다

by 골골


어릴 적 숨바꼭질이 시작되면, 술래는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센다. 열을 세는 동안 주변에서는 발소리가 타닥타닥 흩어지고, 급하게 몸을 숨기곤 했다. 누군가는 급하게 몸을 숨겼고,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골목을 더 돌아갔다. “이제 간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숨어 있던 기척들이 사라졌고, 남은 건 혼자 서서 주변을 살피는 술래뿐이었다.


나는 가끔 이 장면이 꼭 행복을 찾아 헤매는 우리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어딘가에 숨어 있지만, 막상 찾으려 하면 방향도 규칙도 없어 골목을 돌고, 문을 열고,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온다. 숨바꼭질이 원래 그런 게임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내가 서툰 술래는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분명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기척만 남긴 채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각자의 속도로 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다급하게 달리고, 누군가는 한참을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인다. 이미 찾은 사람처럼 웃는 얼굴도 종종 보인다. 그 웃음을 볼 때면 나는 여전히 술래라는 사실이 유난히 또렷해진다. 괜히 속도를 재보게 되고, 내 위치를 다시금 가늠해 보게 된다.


예전에는 이 상태가 마냥 불안하기만 했다. 좋아하는 게 분명해야 하고, 방향은 최소한 하나쯤 정해져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책도 읽고, 인터뷰도 찾아보고, 남의 이야기에 내 마음을 갖다 대보며 힌트를 찾곤 했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뒤적일수록 오히려 미궁 속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은 여전히 미지수인데, ‘아닌 것들’의 목록만 길어졌다. 맞지 않는 옷을 계속 입어보는 동안 몸의 감각만 더 둔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행복은 붙잡으려 할수록 더 깊이 몸을 낮추는 아이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술래의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숨을 죽이는 법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찾았다’고 외치는 찰나의 순간보다,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기척들을 더 자주 마주한다. 오후의 서늘한 공기, 이유 없이 나른한 햇빛. 그 순간엔 분명 곁에 있었으나 돌아보면 정확히 어디였는지 끝내 가늠할 수 없는 그런 장면들 말이다.


나는 여전히 이 게임의 요령을 모른다. 다만 예전처럼 막연한 불안에 등 떠밀려 뛰지는 않는다. 꼭 누군가를 찾아내어 이 게임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술래인 채로 머무는 법을 조금씩 익히게 된다. 찾으려 애쓰는 대신 주변을 살피는 여유를 두는 것,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이 막막한 게임 안에서 내가 선택한 나름의 적응 방식이다.


찾았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포기했다고 하기엔 여전히 골목을 서성이는 발걸음이 남았다. 어쩌면 이 숨바꼭질의 목적은 ‘찾아냄’ 그 자체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골목 구석구석을 훑어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딱히 정해진 방향도 정답도 없지만, 그렇게 걷다 마주치는 익숙한 풍경들이 어쩌면 내가 찾던 것의 실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한 걸음을 더 보탠다.


나는 여전히 술래의 자리에 서 있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행복의 기척을 쫓으며, 그렇게 또 하루를 돌아 나온다.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여전히 없지만, 적어도 어제보다는 이 헤맴이 낯설지 않다. 나는 그렇게, 이 불확실한 게임의 한복판을 오늘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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