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되지 않아.
여름이 길었을까, 가을이 짧은 걸까.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수아는 코앞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으나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라 얼굴 보기 힘들었다. 장사가 되든 안 되든 카페는 비울 수 없었다. 맘 카페에선 우리 카페의 흥미가 떨어진 듯 조용했다. 수아에게 전화해도 육아로 인해 피곤하다고, 자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며 이전의 수다는 없어졌다.
약 때문일까, 비실비실 내 몸처럼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바퀴벌레는 힘이 없어 보였으나, 내 앞에서 약 올리며 알짱거리는 것 같았다.
‘진상, 진상, 니들이 제일 진상이야. 지겨워, 진짜.’
누군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들어왔다. 뜬금없이 커피값이 비싸다는 컴플레인을 걸어온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말도 걸어왔다.
“커피가 비싼 거 아니에요~~? 여기 카페가 생겼다고 듣긴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지난번엔 그냥 돌아갔잖아요~~”
“원두에 신경 많이 썼어요.”
말투만으로도 능글능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원래 여기 사람이에요~~?” 뜬금없이 물어오는 소리에 촉은 예민해졌다.
“그건 왜요?”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 아니~~ 내가 이 동네 토박인데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요~~”
때마침 일행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작은 키에 동글동글, 단발머리까지 닮은 것이 40대 후반쯤 보이는 데, 두 사람은 꽤 친해 보였다.
“어머~~ 못 보던 분이시네~~”
이미 한차례 겪었던지라, 친한 척 다가오는 엄마들과의 거리 두기는 필수가 되었다. 나는 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주문하시겠어요?”
주문을 받아 커피를 내리는데,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쉬는 날은 언제예요~~?”
“쉬는 날은 따로 없습니다~!”
“아웅~ 아쉽다~ 이것도 인연인데~ 나가서 밥 먹자고 하려 했지~ 카페도 이쁘고, 사장님은 더 예쁘네~” 언제 봤다고. 그녀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경계 대상이 틀림없었다. 웃으면서 빤히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절한 척 웃으며 칭찬을 남발하는 것으로 보아, 조금만 웃어 보이면 다 내어 줄 거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거라면, 사람 잘못 봤는데.
스르르, 뱀 한 마리가 둘러보는 것 같았다. 나한테 보험이라도 팔 생각인가 싶었다. 아니면 다단계, 아니면... 나는 표정을 감추고 커피를 쟁반 위에 내려놓았다. 카운터에서 받으라는 듯 두 손으로 슬쩍 내밀었다.
“사장님은 뭐 좋아해요? 다음엔 우리가 맛있는 거 사 올게요~ 손님 없을 때~”
“순대요.”
“아... 아~ 분식 좋아하는구나? 떡볶이 사 올게요!”
“아니요. 순대요. 순대 곱창. 순댓국도 좋아하고요, 선지해장국도 좋아해요.”
짧은 정적을 뒤로하고 그녀는 자리로 돌아갔다. 10분쯤 흘렀을까,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 달라며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이들은 멀쩡한데, 내가 베베 꼬인 건 아닌지. 그녀들이 나간 후 앉아있던 소파를 정리하며 테이블을 닦아냈다. 허, 어딘가 익숙한 종이가 있었다. 떨어트린 걸까, 일부러 놓고 간 걸까. 당연히 후자라 생각했다. 정체성을 이렇게 티 나게 흘리고 다닌다.
뒤이어 파란 렌즈 그녀가 엄마들과 나타났다. 나를 향한 시선이 불편해 고개를 돌리고 더 분주히 움직였다. 주문한 커피만 건네고 등을 돌렸다. 입맛을 다시며 먹잇감 노리듯 어슬렁거리는 그녀를 피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커튼을 쳤다.
“사장님~~”
뜸 들이듯 시간을 두고 커튼을 걷었다.
“필요한 거 있으세요?”
“혹시, 저희 이번 주 금요일에 카페 몇 시간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죄송한데, 그건 곤란합니다.”
그녀는 말없이 쏘아보며 죄송하다는 건조한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다시 커튼 뒤로 몸을 가렸다. 보이기 싫었다. 보고 싶지 않았다. 엄마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아이씨, 융통성이 없어. 뚫는 것도 힘드네.”
“내버려 둬~ 아직 아쉬울 게 없다는데 뭐. 망해봐야 정신 차리지.”
"저 밑에 윤식이네 포차였나? 새로 생겼다던데, 거기가 가보자!"
30분쯤 짧게 있다가 빠져나간 무리, 테이블 정리를 위해 다가갔다. 쿠션은 바닥에 뒹굴고 커피로 장난친 듯 탁한 색을 드러내며, 그들의 인성도 가감 없이 드러났다.
이른 저녁, 해도 빠르게 빠졌다. 카페 밖으로 개가 짖고 고양이가 운다. 내어놓은 우드 입간판을 향해 밖으로 나갔다. 척, 척.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페 앞에 또다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할머니가 보였다.
“지금 뭐 하세요!! CCTV가 찍고 있다고 경고장도 붙여 놨잖아요! 안 보이세요?” 신경질이 났다. 아무리 어른이고 할머니라도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은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날카롭게 쏘아보고, 할머니는 듣는 시늉도 없이 등을 돌려 신축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다. 걸음걸이가 느려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었지만, 따라간다고 무슨 소용일까, 싸워서 뭐 할까. 애꿎은 우드 입간판을 발로 차 쓰러트렸다. 그리고 소리를 내질렀다. 누가 듣건 말건. 아니, 할머니만큼은 뜨끔하시라고.
클로즈 보드로 돌려놓고 문을 잠갔다. 얼음을 잔뜩 담아 2층으로 올라갔다. 와그작와그작, 쌀쌀해진 날씨에 끓어오르는 마음은 얼음을 빨리 녹였다. CCTV를 확인하며 영상을 확보하고 캡처했다. 구청에 민원을 넣으며 분노의 타자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숨이 찰 만큼. 대낮에는 누군가의 노상방뇨가, 저녁에는 누군가의 쓰레기 투척이, 본인들의 편리함을 합리화하는 손님들까지. 안과 밖으로 진상들은 나를 계속해서 시험했다.
화를 가라앉히려 침대에 누웠다. 마감 청소를 비롯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대로 잠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화가 나 잠은 오지 않았다. 눈만 떴다 감았다.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마저 나를 향해 비웃는 입꼬리처럼 느껴졌다.
다음날, 노상방뇨와 음식물 쓰레기 투척 사진을 얼굴만 모자이크 한 채로 출력해서 벽에 잔뜩 붙여놨다. 뚫어져라 보았다. CCTV로 그들의 움직임을 잡으려 했다. 경찰에 신고했다. 카페는 한가하고, 나는 수시로 나왔다. 팔짱을 낀 채로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나만 아는 실루엣을 쏘아보며 얼씬도 못 하게 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내가 움직여야만 잡을 수 있었다. 나 하나쯤이라는 태도가, 너 하나쯤이야. 가 되었다. 나는 벼르고, 너는 바르르 떨어라. 싶었다. 내가 무서웠을까, 벌금이 무서웠을까.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우연일까, 아닐까. 덤으로 손님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최악에 최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