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열이 많은걸요?

의지의 뻥튀기

by 민시

봄이 되고, 몸은 가볍게 움직였다. 어쩐 일인지 눈웃음과 별개로 진상이던 엄마가 찾아왔다. 그 뒤로 오랜만에 정민시 그녀가 들어왔다. 움찔, 티스푼을 가져간 사람으로 그녀를 오해했던 그때 그 시기가 떠올랐다. 인사조차 쉽게 건네지 못했다. 커피를 건네고 카운터에 앉았다. 그녀들은 이제야 알아가는 사이 같았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마침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 와 문밖으로 향했다. 엄마와 통화를 하며 왔다 갔다, 골목을 걷고 또 걸었다. 어느 순간 그녀들이 밖으로 나왔다. 어설픈 인사만 나눴다. 컵을 씻는 내내 마음이 뒤숭숭한 게, 정민시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은 씻기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마실 나가듯 나갔다가 뻥튀기 트럭을 발견하고 한 봉지 사 왔다. 학교 끝난 아이들은 가지각색으로 피어나는 꽃과 나무, 새싹들처럼 자기들 속도대로 활기를 피웠다. 누구는 자전거를, 누구는 뜀박질을, 누구는 춤을 추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우르르 뛰어왔다가 우르르 사라지길 반복했다.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는 무리 간에 서로 가벼운 말다툼이 이어졌다.

“너희들, 카페 앞에서 계속 싸울 거야? 거기 너랑 너, 이름이 뭐야?”

“저는 김하성이요.”

“저는 최정훈이요.”

아무리 뛰어놀기 좋아도 이제 봄인데, 가까이 다가온 아이들의 앞머리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입이 심심할 때 베어 먹으려 산 뻥튀기를 꺼냈다. 아이스크림을 담고 다시 뻥튀기로 덮었다. 과도를 꺼내 반으로 갈랐다. 아이들 눈도 목소리도 커졌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도 몰려들었다.

“우와~!”

“서로 사과하면 이모가 쏠게.”

순수한 아이들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무했다.

“야, 미안해.”

“어, 나도 미안.”

‘어이 상실.’


정훈이와 함께 있던 쌍둥이 친구들도 간식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숨소리가 안달 났다.

“자! 오늘만 공짜, 내일부터 오백 원.”

“아싸! 감사합니다!”

“가서 친구들한테 홍보 많이 해주고~!”

“네~!”


얼떨결에 아이들 상대로 영업 계획이 빠르게 계산됐다. 바로 뻥튀기 트럭으로 향하며 잔뜩 사 왔다. 매주 뻥튀기 트럭이 오는 날만을 기다리는 애완견처럼 몸을 흔들어가며 반겼다. 쇼핑하듯 아이스크림을 품어줄 뻥튀기를 골랐다. 한동안 오백 원의 행복은 아이들도 나도 달콤했다. 봄, 여름, 적어도 가을까지는 아이스크림 매출은 보장인 셈이었다. 아이들의 몸은 항상 열이 많으니까. 먹고살겠다는 의지만큼은 뻥튀기 트럭 아저씨만큼 뻥뻥 튀겨대며 부풀렸다.


많은 학부모 사이에 진상 엄마들이 출동했다. 팔짱을 껴가며 아이들이 줄 서서 받아 가는 뻥튀기 아이스크림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게 보였다.

‘어디, 손님이 당신들처럼 진상밖에 없는 줄 알아?!’

그녀들은 엄마들과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고 돌아섰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입소문은 1학년부터 6학년, 주변 중학교 학생들까지. 덩달아 엄마들 모임까지 매일 이어졌다. 엄마들은 부담 없이 지갑을 열고 또 열었다. 날은 더욱 맑아지고 장사는 꽤 쏠쏠했다.


초저녁, 파란 렌즈 그녀가 엄마들과 나타났다.

“사장님 요새 아이들 가지고 장사하시네요?” 픽업 창에 상체를 들이밀고 입꼬리를 올려도, 쏘아보며 말하는 눈빛은 가스 불처럼 타올랐다. 그 안에 내가 보였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어딘가 이상했다. 그 작은 동공에 타오르는 쬐깐한 불씨로 누굴 태울 수 있을까.

‘결국, 네가 타지 나는 못 태워!’

“어머! 조심하세요~! 렌즈가 떨어지겠어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양쪽 눈이 다르시네요?” 나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파란 렌즈를 향해 두 손으로 받드는 시늉을 보이며 말했다. 그녀가 놀란 듯 상체를 뒤로 물렸다.

“그런데, 아이들이 물건인가요~? 가지고 장사하다니요~! 여기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사준다고 데려왔는데요?” 연달아 목소리를 내니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허, 참.”

“참, 다른 학부모님들께 의견을 여쭤보니 술장사는 반대하시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술보다 아이스크림 장사가 저도 훨씬 깔끔하고 좋고요~! 어차피 휴게음식점이라 술도 안 되니까요~ 아! 커피 주문받을까요~?”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할 말을 전했다.


파란 렌즈 그녀의 팔짱을 낚아챈 또 다른 진상 엄마, 다음에 오겠다며 가식적인 눈웃음을 보였다. 나는 보답하듯 그녀의 눈도 끝까지 응시하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픽업 창을 닫았다. 음악 소리를 더 키우고 사용했던 비닐장갑을 버렸다. 픽업 창을 한 번 더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이고 웃으며 인사했다. 시선은 바로 거두었다. 음악 소리에 박자를 타듯 고개를 움직이며 아이스크림 기계를 닦았다.

다음 날 오전, 맘 카페엔 우리 카페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호불호가 갈리는 댓글로 개의치 않았다. 고작 몇 개의 댓글로 많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대신할 수 없으니까.

‘니들은 귀한 시간에 분노의 악플을 달아. 나는 니들 귀한 자식들 뜨겁게 품는다, 닳도록.’

아이들은 당연하듯 학교 끝나고 우르르 몰려왔다. 소프트 아이스크림부터 추억의 맛 3단 아이스크림까지. 맛별로, 종류별로 팔았다. 진상 엄마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의 아이를 낚아채 가려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소외될 수 없는 아이들만의 사회생활, 엄마들도 쉽게 관여할 수 없어 보였다. 결국 엄마들의 지갑이 열리고, 아이들의 마음도 활짝 열리며 나는 카페를 더욱 열심히 열었다. 커피 한 잔보다 아이스크림 몇 개가 회전율도 좋았다. 카페 안은 어른들도 아이들도 편하게 머물렀다.


물론, 맞은편 아파트 상가에 차린 카페 사장님도 곧장 따라 했다. 그러나 평소 오픈 시간과 휴일, 마감까지 일정하지 않았던 탓에 엄마들의 입소문은 우리 카페를 더 신뢰했다. 기회였다. 귀하고 또 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