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입학

by 혜윤

엄마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로 두 달 남짓 일하던 복지센터였다

우리 가게는 작았지만 꽤 입소문이 나있는 인쇄소였다

간판, 현수막, 명함 등등.

아빠가 사장님이었고 직원은 엄마뿐이었다

1층은 가게 2층은 집이었다


엄마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아니지, 여전히 지금도 똑똑한 사람이다

엄마는 집 근처 지방 전문대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지만 직업으로 전공을 살리지는 않았다


아빠와 결혼하면서 엄마는 아빠의 일을 돕게 되었다

3년 전, 엄마는 졸업했던 그 대학교에 사회복지과를 다시 입학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늘 잘했다

5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학교에서 엄마는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

모든 성적이 거의 A+를 기록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이라는 벽에 늘 부딪혔다

엄마가 속상해 보였다

그러다 2달 전쯤 복지센터로 취직하게 되었다

일이 끝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엄마는 일이 적성에 맞다고 했다

재미있고 또 엄마가 일을 잘 해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게 기뻤다


그러다 몇 주전 엄마와 이야기하던 중 엄마는 힘들다고 했다

일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말을 했다

난 솔직한 심정으로 그때 엄마가 안쓰러웠지만 이제야 내 맘을 알겠느냐며 조금 모질게 말을 했다

4년 전, 1년 차 때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는 나에게 모질게 말했다

네가 그 일을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네가 그 일 말고 어떤 것을 할 줄 아느냐고

그래서 그만두면 뭐 할 거냐고 엄마는 우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한참을 울다 그런 말이 듣고 싶어 전화한 게 아니라고

서울에 혼자 있는 나에게 어디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해 전화한 거라고 울며 말했다

엄마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선 엄마한테 카톡이 하나 와있었다

미안하다

딱 그 네 글자가 날 얼마나 울게 했는지 모른다


엄마는 내가 그렇게 힘들다고 했을 때 그냥 견디라고 했잖아

버티라고 했으면서 …

괜스레 엄마한테 또 투정을 부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몰랐던 거다


엄마에겐 이직을 하면 꾸준하지 못한 사람이 되고 내가 그렇게 공부했던 전공을 살리지 못하면 그 시간이 아까운 거였다

엄마는 끝내 직장을 그만둔다 말하며 다시 전공을 살려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부했던 시간들과 돈이 아깝다는 듯이 엄마는 말했다


나는 엄마가 나이 때문에 결국에 라는 생각을 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렇게 높은 점수로 졸업을 해도

졸업식날 단상 위에 올라가 상장을 받아도

엄마는 나이라는 결국에 가만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듯이 생각할까 봐 속상했다


노력과 지식은 삶의 자본이다

내게 의미 없다 생각했던 지식도 마치 뺏긴 시간 같은 노력도 사실 다 내 것인데


엄마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엄마는 더 나은사람이 되었는지

엄마로서의 삶이 아니라 할머니의 딸로서의 삶이 아니라 엄마가 스스로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는지

난 기어코 그것들을 문틈으로 봤다고


육체적인 결함도 정신적인 결함도 가지고 있는 나는

벽 앞에 멈춰 서지 않아서 결국에 내가 그 벽을 깨부수고 이겼냈다고


그러니까 세상에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고 엄마를 토닥이면서 안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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