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챙기세요

by 혜윤

어디에선가 봤던 책 속에는 가방 안에 가지고 다니는 물건의 갯수를 불안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나는 보부상처럼 늘 가방 안을 가득 채워다녔다


비누가 없는 곳에서 교정기를 뺄 수도 있으니까 비누를 챙겼다

손이 건조해지는 게 싫어서 핸드크림을 챙겼다

휴지가 없을 수도 있어서 손수건을 챙겼다

동전이 필요할까봐 동전을 마구 집어다가 넣었다

무엇을 적어야할까봐 볼펜을 챙겼다

혹시 모르는 불안함의 마음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가끔은 망각이 사람을 구한다고도 한다

망각은 오래된 기억을 잃는 것이다

망각은 나를 구할 수가 없다

나에게 망각이라는 건 없다


그리고 그 망각에서 구하지 못하는 나를 의심하고 또 자책한다


나의 불안이 갯수가 계속해서 나를 무겁게 만들고

스스로를 책망하게 만든다

봇짐 같은 불안을 이고 사는 우울엔 이유를 알 수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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