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도저히 누군가를 사랑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다시 우울이 오려나?
안 그랬었는데 또다시 사람들 표정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하고
스스로를 구렁텅이 빠뜨려서 미워하기 시작한다
내가 뭘 해야 하지
사랑할 수 없는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건가
난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
그럴 그릇은 더더욱 없고 누군가를 섬길 수 있는 능력도 지혜도 내겐 없다
나 스스로의 연약함을 파고드는 일이 치가 떨리게 괴롭다
난 강한 사람이 아니다
강한 사람이 될 수 없고 내 모든 상처를 받아들이라고 하는 하나님의 말씀도 싫다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나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중인가 보다
올해 초쯤, 의사는 내게 나의 우울은 여전히 기록처럼 남아있을 거라고 했다
난 그 말을 믿지 않았었다
난 이길 거라고 내가 이겨낼 수 있다고 이겨냈다고
수없이 고개를 떨구며 울었던 그 진료실 의자에서 의사의 눈을 마주 보며 얘기하고 싶었다
모든 내 생각을 깨버린 듯
나는 또다시 그 의자 앞에서 고개를 떨구며 죄인이 되어야 했다
내가 진 게 맞다고 포기 선언을 해야만 했다
글의 힘이 있음을 믿었던 나인데
모든 힘을 잃은 글은 이렇게나 연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