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간근무를 마치고 힘없는 몸으로 집에 들어왔다
추워진 날씨 탓에 입은 두꺼워진 외투를 벗지도 않은 채로 몸을 누였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나아진 줄 알았지만 나아지지 않은 나의 모습들과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결함들
그것들이 내게는 망원경을 보는 것 마냥 자세했고 더 세밀하게 보였다
인간은 왜 자신의 결함을 슬퍼하기만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몸이 힘들어서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불도 켜지 않은 채 눈물을 두 방울 정도 뚝뚝 흘렸다
23살에 혼자 서울로 올라와 타지에서 생활한 지 3년째가 되었다
이곳은 내가 주거를 바꾼 3번째 지역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다 가까운 곳이긴 했다)
1년 차 때 서울에 혼자 있던 나는 모든 게 신기했고 외로웠고 어려웠다
정말 많이 울었었던 것 같다
이러다가 다시 내 병이 도지지는 않는 걸까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스스로 그것을 느꼈다
우울이 심했을 때에는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일주일에 5번을 울었고 감정기복이 심해서 눈물을 잘 주체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아마 작년의 나는 어제와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면 펑펑 울었을 것이다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슬픔의 무게를 들고 한껏 슬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눈물 두 방울 뚝뚝 에 무거운 슬픔이 내리 앉아도 그것을 털어 낼 수 있는 힘이 생겼음을 안다
집을 정돈하고 설거지를 하고 욕실청소를 하면 나는 나아진 나를 느낀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하며 되뇌다가
환자들의 한 마디에 나는 또 쓸모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게 된다
만약
도전에 두려운 이들이 있다면 나의 결함을 보는 그 망원경 앞에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그 동그란 원 속에서 보는 당신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만에 하나 그것이 당신이 보는 세상의 전부라고 해도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당신의 숲이 보인다고 걸음을 조금 늦추면 볼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고
이 큰 우주 속에서 내가 가진 결함은
아주 작은 모난 돌일 뿐이라고
그저 그럴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