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구석자리에서

by 고양이

오후 네 시의 카페는 소란의 정점을 찍고 서서히 침전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성거리는 공기층 아래에서 나는 가장 구석진 자리의 테이블을 찾는다.

빛의 중심에서 소외된 곳을.


천장의 할로겐 조명이 이 자리까지 공평하게 닿지 않는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세상에서 공평하지 않는 게 좋을 때도 있다는 걸 카페에 들어서면 알게 된다.

내 손등 위로 내려앉은 조도는 너무 낮아서 손가락 마디의 주름조차 부드러운 음영 속에 숨어버린다.


옆 테이블에서는 누군가 서로를 헐뜯고 또 누군가는 서류를 뒤적이며 성취를 이야기한다. 보험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

그들의 생생한 얼굴 위로는 명확한 조명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구석진 자리에서 반쯤 지워진 스케치처럼 모호한 얼굴로 앉아 있다.

선명해질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어둠의 농도만큼 깊게 차오를 때면, 나는 이 나약한 빛 속에서 비로소 투명해짐을 느낀다.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이 눅눅한 그늘이 오늘 하루 연기했던 나의 표정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한다.


김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나는 어떨 때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었는가, 빼앗긴 게 아니라 주었는지를 생각했다. 대부분은 그의 선한 눈매가 떠올랐다.



누군가와 마주 앉을 때면 나는 기꺼이 벽을 등진 자리를 양보한다.

나의 세계는 메마른 벽과 그 사람의 얼굴로 한정된다. 내 시선이 갈 곳은 오직 그의 눈동자뿐이어서 나는 그 안에서 길을 잃거나 혹은 그가 내비치는 아주 작은 흔들림조차 문장으로 읽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벽을 가진 사람은 자꾸만 나의 시선 너머로 도망친다. 그는 내 뒤편으로 흐르는 풍경들에 수시로 시선을 빼앗겼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낯선 이들의 옷차림,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맞댄 옆 테이블의 연인, 창밖에서 무심하게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것들에.

그는 쏟아지는 카페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나는 그 낮은 조도의 구석에서 그가 놓친 찰나의 표정만을 수집했다.


문득 목줄이 풀린 채 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던 녀석을 떠올렸다.

녀석은 담장 너머의 고양이나 화려한 세상보다 끊어진 줄을 쥔 내 손끝을 먼저 바라보았다. 풍경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존재가 주는 위로는 때로 사람의 것보다 더 묵직했다.


그는 여전히 내 어깨너머의 풍경을 보고 나는 풍경이 되지 못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선명한 조명 아래서 그가 보는 세계는 넓고 화려하겠지만 유순한 빛 속에서 내가 보는 세계는 오직 그뿐이다.


아메리카노 잔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누군가의 벽이 되어준다는 건 그가 마음껏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기꺼이 내 몫의 풍경을 지워 투명해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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