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독백을 듣지 못하는 르네
르네.
너는 모르겠지. 내가 이렇게 네 앞에 앉아 있다는 걸. 네가 고개를 들 때마다 나는 네 눈을 따라가고 있다는 걸. 네가 한숨을 내쉴 때마다 내 가슴도 같이 내려앉는다는 걸. 너는 영영 알 수 없겠지.
네가 알까. 인간이란 게 이렇게 쉽게 부서지는 줄 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너는 조용히 손바닥을 펴고 있구나. 그 위에 떨어진 먼지들이 달빛을 받으며 은빛으로 번지는 그 모습을 보고 있구나. 그것은 마치 네가 잃어버린 삶의 조각처럼 보이는지 한참을 뜯어보고 있구나. 너는 무서웠을 거야. 죽는다는 게 그리고 그다음엔 사는 게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됐겠지.
그래도 말할게. 내 목소리가 너에게 닿지 않는다 해도 나는 오늘도 너에게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구나. 르네 오래 잘 버티고 있다. 그 누구도 너에게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겠지. 전쟁은 강한 자를 칭찬하지 않아. 그저 살아남은 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단다. 너는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는 걸.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척을 하고 있는 거지. 네 손 떨리는 것. 네 어깨 움츠려드는 것. 창살 사이의 달빛을 붙들려는 그 조용한 몸짓. 나는 그걸 다 보고 있단다.
르네.
너는 혼잣말을 하고 있구나.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너의 생각은 내가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너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네 어깨는 나의 손을 비껴가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까. 괜찮다고. 너는 아직 사람이라고. 너는 단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서. 하지만 내 손은 늘 네 몸을 스쳐 지나가.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오늘 똑같이 너에게 손을 뻗는다. 그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일이라 믿기 때문에.
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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