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투명인간이 르네에게 보내는 독백

그 독백을 듣지 못하는 르네

by 구시안


르네.

너는 모르겠지. 내가 이렇게 네 앞에 앉아 있다는 걸. 네가 고개를 들 때마다 나는 네 눈을 따라가고 있다는 걸. 네가 한숨을 내쉴 때마다 내 가슴도 같이 내려앉는다는 걸. 너는 영영 알 수 없겠지.



네가 알까. 인간이란 게 이렇게 쉽게 부서지는 줄 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너는 조용히 손바닥을 펴고 있구나. 그 위에 떨어진 먼지들이 달빛을 받으며 은빛으로 번지는 그 모습을 보고 있구나. 그것은 마치 네가 잃어버린 삶의 조각처럼 보이는지 한참을 뜯어보고 있구나. 너는 무서웠을 거야. 죽는다는 게 그리고 그다음엔 사는 게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됐겠지.



그래도 말할게. 내 목소리가 너에게 닿지 않는다 해도 나는 오늘도 너에게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구나. 르네 오래 잘 버티고 있다. 그 누구도 너에게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겠지. 전쟁은 강한 자를 칭찬하지 않아. 그저 살아남은 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단다. 너는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는 걸.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척을 하고 있는 거지. 네 손 떨리는 것. 네 어깨 움츠려드는 것. 창살 사이의 달빛을 붙들려는 그 조용한 몸짓. 나는 그걸 다 보고 있단다.



르네.

너는 혼잣말을 하고 있구나.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너의 생각은 내가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너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네 어깨는 나의 손을 비껴가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까. 괜찮다고. 너는 아직 사람이라고. 너는 단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서. 하지만 내 손은 늘 네 몸을 스쳐 지나가.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오늘 똑같이 너에게 손을 뻗는다. 그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일이라 믿기 때문에.



르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56일째 거주중입니다.

46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9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1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0화달빛 아래 르네의 독백이 짙은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