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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 않은 곳

시(詩)

by 구시안


춥지 않은 곳 - 구시안



그곳엔
계절이 서두르지 않고
바람마저 목소리를 낮춘다


외투를 벗은 마음들이
서로의 온도를 묻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한 곳


해는 늘 낮게 웃고
그늘조차 쉬어 가는
춥지 않은 곳은

날씨가 아니라
네가 있어서
비로소 완성된다


그곳은

온도를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안부를 묻는 곳

괜찮냐는 한마디에
하루의 긴장이 풀리고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시간에
숨이 놓인다


손을 잡지 않아도
서로의 체온을 아는 사이
상처는 천천히 식고
감정은 조심스럽게 데워진다


춥지 않은 곳은
햇볕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너의 표정 하나 때문에 생긴다






이 시집은 정답이 되지 못한 마음들에 괜찮다고 말해 주기보다는 어떤 감정이든 솔직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쁘지 않아도 괜찮았고, 강하지 않아도 충분했으며, 설명하지 못한 감정들조차 존재만으로 존중받아야 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답니다.


침묵은 오해로 다그쳐지지 않았으며 각자의 속도로 느끼는 마음이 서로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조심히 페이지를 넘겨왔습니다 이제 이 시들을 덮어도 당신의 감정은 끝나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더 자기 편이 되어도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 시집을 드립니다. 위로가 아니라 동행이었기를. 대신 말해주기보다 당신의 마음을 믿어주는 작은 쉼표였기를 바랍니다.

춥지만은 않은 곳이 감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시집 감정존중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구시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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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56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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