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끝의 상실
전쟁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난다는 말은 언제나 살아 있는 사람의 몸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포성은 멀어졌고, 지도 위의 선들은 바뀌었지만, 캠프 안의 공기는 여전히 썩은 철의 냄새를 품고 있었습니다. 인간들은 그것을 ‘해방’이라 불렀지요. 하지만 해방은 문서와 연설 속에서만 또렷했고, 몸에는 늘 지연되어 도착하는 법이랍니다.
르네의 다리는 그 증거였습니다.
나는 그녀의 곁에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보이지 않는 상태로. 인간들은 나를 두려움이라 부르고, 기억이라 부르며, 때로는 죄책감이라 착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단지 곁에 남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떠나지 못한 것들,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감정들의 형체. 어쩌면 저처럼 그런 감정의 형체로 이루어진 존재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군요.
르네의 다리는 밤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총알이 지나간 자리는 검게 변해갔습니다. 살은 살아 있으려 애썼지만, 전쟁은 그보다 집요했습니다. 썩는다는 것은 단번에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서히, 아주 예의 바르게 진행되지요.
빠르게 타들어가는 화재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검게 그을려가는 르네의 다리는 전쟁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고통은 소리 없이 깊어졌고, 르네는 그 고통을 말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말은 여전히 위험했으니까요.
의사들이 왔습니다. 그들은 숫자와 가능성으로 말했습니다. “감염.” “확산.” “선택.”
자유가 찾아온 직후, 또 다른 선택이 그녀 앞에 놓였습니다.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르네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천장은 부헨발트의 천장도, 집의 천장도 아니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간의 천장이었습니다. 그녀의 숨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나는 알았습니다. 이 숨은 두려움이 아니라 결심 쪽에 가까운 숨이라는 것을.
“잘라내면… 살아남을 수 있나요?”
그 질문은 의사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나에게 던져진 것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이 순간만큼은 혼자 결정해야 하니까요. 자유란 늘 그렇게 잔인한 얼굴을 하고 옵니다. 누가 대신 짊어져 줄 수 없는 형태로.
수술실은 놀라울 만큼 밝았습니다.
전쟁의 끝자락에서 인간들은 빛을 과하게 사용합니다.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르네의 몸은 천으로 덮였고, 다리만이 드러났습니다. 그 다리는 이미 그녀의 것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 곁에 서 있었습니다.
피가 흐르고, 살이 분리되고, 그녀의 삶에서 한 부분이 조용히 떨어져 나가는 순간을 지켜보며. 르네는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비명은 오래전에 부헨발트에 두고 온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다리가 잘려나간 뒤, 르네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잃어버린 다리를 찾지 않았고, 대신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확인했습니다. 인간은 무엇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남아 있는 것을 셉니다.
그날 밤, 나는 그녀의 곁에 다시 앉았습니다.
르네의 향기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두려움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이었지요.
“이제…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그녀가 물었습니다.
“어디든.”
나는 대답했습니다.
“네가 선택하는 곳이, 네가 서는 방향이 곧 네 삶이 될 거야. 잃어버린 것으로 널 정의하지 않아도 돼.”
르네는 눈을 감았습니다. 이번에도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잘려나간 다리 대신, 그녀는 살아남은 몸으로 시간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녀의 삶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밤들이, 이 상실이, 이 선택들이언젠가 르네를 자유 쪽으로 아주 조금씩 밀어낼 것이라는 것을.
자유는 언제나 피와 침묵과 결정 위를 지나 늦게 도착하는 것이니까요.
그 다음 날 아침이 왔습니다.
아침이라는 말은 여전히 어색했습니다. 해는 떠올랐지만, 르네의 시간은 아직 밤의 가장자리에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녀가 눈을 뜨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자신이 어디까지 잃었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르네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그리고 곧 멈췄습니다. 몸은 이미 새로운 규칙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균형은 더 이상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았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질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를 악물지 않았습니다. 대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지금의 몸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시선이 이불 끝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눈은 비어 있는 공간을 가장 오래 바라봅니다. 없는 것은 언제나 가장 많은 말을 걸어오기 때문입니다. 르네의 침묵은 슬픔이 아니라, 계산에 가까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재정렬하는 시간 말입니다.
간호사가 들어왔습니다.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지만, 그 목소리는 공기 위에서만 맴돌았습니다. 르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해했다는 표시를 했습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종종 이해한 척을 먼저 배웁니다. 진짜 이해는 훨씬 나중에 도착합니다.
휠체어가 침대 옆에 놓였습니다.
이동 수단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높이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르네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제 쪽을 향해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숨에는 분노도, 체념도 아닌 낯섦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곁에 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채로. 인간들은 이런 순간에 도움을 주는 존재를 찾지만, 저는 돕지 않습니다. 대신 곁에 남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인간이 다시 선택을 시작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르네는 결국 휠체어에 몸을 옮겼습니다.
그 과정은 느렸고, 조심스러웠으며, 생각보다 많은 힘을 요구했습니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혔고, 숨은 잠시 흐트러졌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견딘 사람은, 멈추는 것과 쉬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습니다.
창밖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두 개의 다리로, 아무 생각 없이, 목적 없이. 르네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비교는 언제나 슬픔을 빠르게 키우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것, 아직 선택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듯이 말입니다.
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습니다.
르네는 다리를 잃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거창한 의지가 아니라, 아주 미세한 태도의 변화였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거의 보이지 않는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그날 르네는 처음으로 혼자 창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해는 전날보다 조금 더 높이 떠 있었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끝났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전쟁은 이렇게, 살아남은 사람의 하루 속에서 조용히 연재되는 것이라는 걸 말이죠.
저는 그녀의 뒤에 서서 생각했습니다.
이제부터 르네가 잃게 될 것은 다리가 아니라, 이전의 자신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인간은 잃은 뒤에야 다른 삶의 문턱에 서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날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르네가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선택을 연습하기 시작할 때까지. 이 이야기가 끝났다고 쉽게 말해지지 않도록, 저는 계속 곁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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