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행복하다면

일상 속에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잔상

by 구시안

엑상프로방스.

일상 속 잠시 고요가 주어진 시간. '박웅현' 작가의 소중하게 와닿는 글귀가 가득한 책을 읽어 나가고 있다.

박웅현 작가의 글에는 사람을 향한 배려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베어 있다. 그것이 느껴지기에 잘 읽고 있는 책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폴 세잔. 알베르 카뮈. 에밀 졸라의 고향. 생투 빅투아르의 산이 있는 곳. 세잔의 그림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온전히 행복하다면'이었다.



이 도시에서 태어난 문장들은 늘 햇볕 아래에 있다.

과장되지 않고, 장식적이지 않으며, 감정조차도 절제되어 있다. 엑상프로방스의 문학은 인간을 비극의 중심에 세우지 않는다. 대신 인간을 풍경 속에 둔다. 고통도, 사유도, 질문도 모두 이 햇빛 아래에서는 조금 낮은 목소리를 갖는다. 삶이 부조리하다는 깨달음조차 이곳에서는 절망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일, 그것이 이 도시가 가르치는 윤리다.



엑상프로방스를 다룬 책을 읽다 보면, 이 도시는 실제 장소라기보다 하나의 태도처럼 느껴진다.

지도 위에 표시된 점이 아니라, 사유가 머무는 방식. 그곳은 언제나 생투 빅투아르 산과 함께 이야기된다. 반복해서 언급되고, 반복해서 그려진 산.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같은 것을 다시 바라본다는 행위가 인간에게 어떤 위로를 주는지, 그 산은 묵묵히 증명한다.



세잔의 그림 속에서 산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선은 확정되지 않고, 색은 고정되지 않는다. 산은 늘 흔들리는 상태로 존재한다. 그런데도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그 불확정성 속에서 이상한 평온이 생긴다. 세계가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 이해되지 않아도, 설명되지 않아도 삶은 유지될 수 있다는 조용한 동의가 그림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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