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저속한 꿈들

하수구에서 흘러나온 밤의 고백

by 구시안


저속한 꿈들.

차라리 그것이라도 꿔버리고 말지.

하수구에서 배출 된 창피한 꿈이라

아무도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하는 꿈들.


더러운 유령처럼

억압된 감수성의 끈적한 거품처럼

밤을 괴롭히는 꿈들 외에도

경멸스럽고

무섭고

말하기 조차 싫은 것들이

꿈틀되는 괴짜들이 모인 정신병원이 되어가는 밤.

체면보다 수치심을 버리고 살면 좀 나아지려나.


공포영화를 보다가 코미디처럼 웃고 있는 나를 그리는 건

현실에서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누군가를 괴물의 표본으로 만들고 싶다면 글만한게 있을까.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록할 수 있어서

지독한 불면의 밤.

나는 사진보다 글을 택했다.

비릿한 언어를 한 줌 갖고.




낭비해버린 감정이

황당한 동굴에서 기어나온 뱀이 되어 나왔다.

(나는 뱀띠니까. 이렇게 표현해도 맞겠지.)

밤.

어둠.

이 고요한 동굴.


나를 흡혈귀 같다고 놀리던 동무들은 이미 늙어 버렸겠지.

그 추억을 찾아 예전에 사진을 열어보니

언덕의 잔해 속에서 태어난 애벌레들 같았다.


거의 비슷한 일관된 꿈들을 갖고 있었지.

의사.

선생님.

판사.

대통령까지.

생각해 보면, 할레루야다.


그 작은 머리들에서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

손가락에 들어가는 꿈을 꾸고 살았는지.

나이가 들어버린 미끄러운 몸통을 질질 끌며

담배나 피우는 영혼이 되어버린 나는 창가에 기대어 밤을 바라본다.


그래도 어릴적 그 시절엔

서로의 꿈과 꿈 사이에 터지는 내밀하고 공통적인

불꽃놀이같은 것이 있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단단하게 묶여 있던 매듭을 풀어내는 것처럼,
한 사람의 영혼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풀어놓고
사회라는 이름으로 다시 묶어 놓았다.


쉬는 날의 시작에 잠을 못 잔다면 억울할 텐데,

빌어먹을 몸둥아리와 정신이
밤이 낮인 줄 알고 까불고 있다.


아이유의 기절 배게가 좋다더니, 개뿔.

가격도 사악한 것이 효과도 더럽게 없다.

기절은 커녕, 눈을 감지도 못하고

차라리 아이유의 밤편지나 들으면 좋을 거 같아,

기절 베게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음악을 틀고,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핀다.


나만 제외하고 잠든 것은 아닐테지.

수많은 존재들이 숨을 쉬는 이 파란 지구 하늘 아래

오늘 밤 그렇게 잠 못 이루는 소화불량에 걸린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삶 자체가 거대한 불면처럼 느껴지는 밤.

휴식이라는 말도 멀어지기 시작하고

연휴라는 말은 더더욱 믿기가 힘들어지며

여느 날과 다르지 않는 풍경속에 넘어가는

이 어둠에 짙은 새벽이

역겨울때가 있다.


뚜껑을 닫아라.

노트북의 대가리를 열지 마라.

말없는 꿈의 이불 뒤에 버티고 선 거대한 무게가

그래봤자. 78kg.

지구의 내 존재. 그 가치의 무게.

이 정도의 무게로 중력을 버티고 있을 뿐이다.


석양의 야비한 괴로움,

새벽빛의 수줍은 척하는 장막도,

꼴보기 싫어지는 밤

입에서는 하얀 연기만이 휘돌아가

다른 계절에 이어지는 선에 닿아 있다.





*모리야마 다이도(森山大道, Daidō Moriyama).

뽕을 뽑을려는지 자꾸 열어보게 되는 사진첩에서

오늘 밤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 같이 올려봅니다.

Good night.



keyword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비릿한 언어가 열광의 언어가 되기까지. 브런치 : + 107

65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5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접시 위에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