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없는 거미의 아침

떨어진 것들과 구별되지 않는 삶에 대하여

by 구시안

세상에 대해 불평하지 않기로 한 후부터 우주의 이름으로 항의하지 않는다. 비관주의자도 아니지만, 괴로워하고 불평하지만, 그것이 늘 겪기 마련인 괴로움인지, 인간은 괴로워하며 살 수밖에 없는지 잘 모른다고 치부하기로 했다. 내가 무얼 어쨌기에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한 번도 이해받기를 원한적도 없다.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내 모습을 잘못 알고 있다는 것에 관심도 없거니와, 나를 알 수 없는 대상으로 여기거나, 예의 바르거나, 친절한 사람으로 혼돈한다해도 그저 태연스럽게 나를 대하기를 원할 뿐이다.


같은 공간에 일하는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여긴다면

그보다 성가신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나를 자신의 부류라고

오해나 혼자만의 착각 속에

스스로 고행을 겪기를 원한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십자가를 믿지 않지만

그들은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는

나를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모순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똑같은 운명을 지닌 다른 사물들과 사람의 차이가 있다면, 쓰레받기 속으로 떨어졌다는 똑같은 특권뿐일 것이다. 내가 스스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명료함을 내 인생에 겉보기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윗사람들의 빵 껍질이나 부스러기나 받으며 살아가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그들이 버린 비싼 초콜릿 포장을 치우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 나는 그들 주변에 담배꽁초를 던져줄 생각이다.


딱히 쉬는 날에 해야 할 일도 없고, 생각해야 일도 없는 낮에 하얀 종이 위에 나의 관심사를 적어보거나,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덕에 음악을 올리고 듣는 일이 전부이다. 누군가의 솔질이 마음에서 청소를 시작하면 어떠한 사건들과는 무관하게 상상조차 못 하는 벌어져 있던 밤의 부스러기들을 치운다. 어쨌든 밤에 벌어진 일이며 뒤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조차가 없다.


정확히 쓰기 위해

무엇을 관찰할 필요도 없는

상상을 동반할 때에만

마음껏 원하는 이기심도

겉멋을 부르는 고통을 누리는 것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보는 것도

모든 감각을 내면으로만 느끼고

그것의 껍질을 완전히 벗겨서

버리는 일도 하지 않는다.


거미줄 없는 거미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장 기본 적인 평범한 일과를 보내는 아침의 풍경이 운명처럼 굴러 떨어진다.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이 모든 이상은 여기서 끝나있다. 낮은 다시 잘 포장하여 여기서 저기로 보내는 동안의 휴식이라도 주어진 것처럼 고요하다.


본능적인 힘이 쌓인 쓰레기 더미임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아침이면 태양 아래 밝으면서도 어두운 황금의 창백한 색조로 빛나던 이 세상은 비로 인해 그 빛이 초라하다. 나에게는 낮의 그림자와 망각 사이에서 꿈꾼 동화 속처럼, 고대 신화에 나오는 어떠한 이야기처럼 허구로 보일 뿐이다.


별 차이가 없는 듯한

숫자만 바뀐 하루

일을 하는 시간이 아닌

쉬는 날의 시간이

바위를 흔드는 것과

사람의 마음속에 흔들리는 것이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세상을 바라본다.


단순한 일. 정말로 누가 봐도 단순한 일을 무엇으로도 더 단순하게 만들 수 없는 일들이 즐비한 세상. 나 자신이 느껴지는 데서 만족하는 오래되고 익숙한 이 느낀다는 것의 중압감이 중력에 더해지는 아침, 별도 뜨지 않는 죽어버린 감정의 바다처럼, 오로지 평온하게 숨 쉬는 추상적인 그림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하고, 적막한 아침, 골목을 정처 없이 헤매며 빈 박스를 모으는 모성적인 연민으로 무장한 한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성의 박학(博學)은 삶의 경험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하게 될 뿐이다.



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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