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타오르는 말들에 대하여
밤은 구멍투성이었다.
묵은 재를 쌓아놓고
무슨 말을 할까 싶은 날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불을 끄기 위해
늘 그 불 근처로 가야만 한다.
태양의 술수에 놀아나
보기 힘든 일식의 어둠 속에서
누구를 위해 타는지도 모른 채,
하루 속에 타들어가는 별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지 않기로 한다.
갖고 싶은 황금과
잊음 사이에 무거운 사슬에 묶인 것처럼
그것이 밤이었다.
두 가지를 잡아채 가는 밤을 내버려 둔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낮들 곁에서 어슴푸레 차 오르는 것을
나 역시 밤이면 고이 정해진 곳에 놓고 앉아
별 너머로 날아간 말들을
가슴속에 철렁거리던 말들을
폭도들이 등뒤에서 날리던 화살을
한꺼번에 몰려와 꼼짝도 못 하던 밤에
독이빨이 음절을 짓이겼을 때에도
피 흘리지 않으려 했던 말을 삼키며
스스로 침묵해야 하는 밤에
동이 트는지를 창밖을 보며
그대로 서 있었다.
입술에 맺히는 무언가로 젖었을 때,
멀리서부터
빛 그루터기로 반짝이게 하기 위해
참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밤처럼
강력한 손에 당하는 폭행을
그대로 스며든 것을 받아들이며
어느 입이라도 그것을 갈망할 수 없도록
다시 무거운 사슬을 채운다.
깊은 곳으로부터의
한 모금의 거품이 이는
어느 입이라도
내 것이 아닌 것이기에.
기대었던 밤.
벽.
대답의 침묵 속으로
한 번은 봄이 되고
한 번은 겨울이 되는
허구의 갱도 속으로
내려간다.
목소리들.
밤을 뚫고 자라난 밧줄에 매달린
종소리들.
낮에 베인 채
다른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의 붉어진 입술로
등불과 함께 홀로 있는 이에게는
읽어내야 할 손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갖고.
나무들이 나이테를 서로 바꾸고
그 나목으로부터 나온 목소리들을
가만히 들으면서.
묵구멍을 울리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밤 자라난다.
늦은 소음.
나의 생각에게
시간들에 낯선
마침내 깨워내 데려온
깊이 생채기 나 있는
흔적에 흐르고 흐르는
아물고 싶어 하지 않는
밤을 느끼며.
내 이름을 암호로 만들어
짐작하지도 못할
자물쇠를 걸어 두고
고통스러운 반지를 뺀 채로
손가락 끝도 계속 녹아든다.
시계는 벌집처럼
텅 빈 시간으로 남겨져 있고
이미 떠나간 벌들의 여행은
길고 길다.
음절과 음절로
유희하는 손이 붙잡던
쾌락과 낮에 눈먼 주사위 놀이에
할당되어 놀아나는
커다랗게
깨어나는 거인을 바라보며
간곡히 바라보는
어둠이 그 속에 있다.
두들겨진 자리에 앉아
나를 부드럽게 스치던 자리에
벽 속에 비워둔 계단을 발견하고
오르고 오르다 보면
회상이 쪼그려 앉아 있던
흔적만이 남은 자리에 빛이 바래져 있다.
스며든다.
밤들로부터
선사받은 목소리에.
알아차린 잃어버림을
원망하며
후회하며
절반의 그리고 가장 긴 길을
걷는다.
그 계단에서 바라보게 되는
녹슨 별이 떠 있고
그 별에게 하얗게
너울을 씌워주며
어둠을 뚫고 운반된
빛 하나를 징표 삼아 걷고 걷는다.
가깝고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빛을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