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왜 가까운 사람일수록 편안함과 익숙함을 무기로 내세울까?
마치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처럼.
그 무기 뒤에 숨어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감정들을 무시하고
때론 없애버리기까지 한다.
사실은 그 감정들이 조금씩 서서히 무심함과 서운함으로 변질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 특히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더 조심스럽고 더 신중해진다.
마치 무기가 없는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일까.
이를테면 함께 식사하는 자리라면
그 사람의 음식 취향을 먼저 고려해 볼 것이다.
또 상대방을 면밀히 관찰해 칭찬거리나 공감 포인트를 찾으려 할 것이고,
대화 주제를 위해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우리는 상대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며 세심한 관찰자가 된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사실은 새로운 사람들에게만 더 사랑스럽게 굴고 있는 건 아닐까?
편안함과 익숙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는
언젠가 독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 무기만 믿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무방비 상태라면 적어도 변질될 염려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강력한 무기들이
무심함, 서운함, 안일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저 가만히 방관자처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나는 아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