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

by 볕드는 이야기

17살 앳된 고등학교 시절부터 20대의 가장 많은 순간을 함께한 친구가 있습니다.
어떤 날, 어느 시간 속의 추억을 꺼내도 항상 늘 그 친구가 있습니다.
철없고 막무가내였던 시절을 함께 보냈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투박하고 서툴렀지만 언제나 그 안에는 진심이 있었으니까요.


20대 초반을 떠올려보면, 분명 자취를 했었는데 혼자 잠든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혼자라고 하면 심심하고 외롭다며 서로에게 달려갔기 때문입니다.
각자 사귄 친구들도 어느새 우리의 친구가 되어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눴습니다.


약속을 잡지 않아도 문득 밥 먹자며 불러낼 수 있는 사람.

연인과 헤어지고 울고불고 못난 모습까지 가감 없이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나 대신 욕해주고 화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가진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스스로를 포장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방법을 알기도 전에 만났고

그 과정도 함께 배워왔습니다.


포장이 없었기에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었지만,
포장지가 없었기에 크고 작은 상처를 더 쉽게 주고받았고
더 쉽게 베이고 더 쉽게 아파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환경도 삶도 변했지만

날 것 그대로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같았습니다.
바뀐 모습에 실망했고 오해했고 상처를 주었습니다.
가면을 쓰고 변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망이다. 여태껏 나만 너를 친구로 생각했네.
내가 보자고 할 때는 거절하더니
다른 친구들이 보자고 하면 바로 그냥 보니?”


“너는 늘 당일 혹은 하루 전에 보자고 하잖아.

나도 일정이 있잖아.
내가 일부러 거절하겠어?”


그날 이후 친구는 제가 있는 단톡방을 모두 나갔고
저도 붙잡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서운함을 표현하는 방식이었고
저도 알고 있었지만
저 역시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포장지가 없었던 시절 서로를 만났고
예쁘게 포장하는 법을 함께 배웠습니다.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서로에게도 예쁘게 싸여진 말과 행동이

더 필요했을지 모릅니다.


13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대단한가 봅니다.
분명 한 걸음에 지나간 것 같은데
아직도 쉽사리 놓지 못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는
그 시절 우리가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