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향한 마음과 나를 지키는 마음

22장.

by 경영 컨설턴트 Tim

사랑을 말할 때 사람들은 종종 두 가지 마음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나는 타인을 향한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지키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보다 상대를 더 생각하는 일처럼 느껴지고, 나를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로부터 물러서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더 사랑하려면 나를 덜 앞세워야 할 것 같고, 나를 지키려면 그만큼 사랑은 줄어들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오래 생각할수록, 이 둘이 그렇게 단순하게 갈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게 되었다. 타인을 향한 마음과 나를 지키는 마음은 때로 서로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함께 가야만 더 오래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나를 완전히 지운 채 타인만 향하는 마음은 처음에는 아름다워 보여도 오래 버티기 어렵고, 반대로 나만 지키는 마음은 애초에 사랑이 자라날 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결국 사랑이 관계로 남으려면, 이 두 마음은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함께 놓여야 한다.


타인을 향한 마음은 사랑의 출발이다. 내 감정과 내 필요만으로 닫혀 있지 않고, 내 바깥에 있는 한 사람의 삶과 마음을 상상하는 힘. 내 기대와 다르더라도 그 사람의 현실을 한 번 더 보려는 태도. 사랑은 본래 나를 조금 넘어서게 만드는 움직임을 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자기확인의 감정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경험이 된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사랑의 중요한 의미다.


하지만 나를 지키는 마음 역시 사랑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마음이 없을 때 사랑은 쉽게 왜곡된다. 내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 모르고, 어디까지가 내 한계인지 모른 채, 오직 상대만 향해 가려 하면 관계는 어느 순간 균형을 잃는다. 내 피로와 상처, 내 경계와 침묵, 내 삶의 리듬이 계속 무시되기 시작하면, 사랑은 점점 자발적인 마음이 아니라 버텨내야 하는 의무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된 사랑은 어느 순간 상대를 향한 따뜻함보다, 소진과 원망을 더 많이 남기게 된다.


나는 사람이 자신을 지키지 못할 때, 오히려 타인을 더 제대로 사랑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닥난 상태에서는 상대의 말도 쉽게 버겁게 느껴지고, 관계 안의 작은 마찰도 크게 다가오며, 타인의 현실을 받아들일 여유가 급격히 줄어든다. 그럴 때 나는 상대를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내 상태를 더 힘들게 하거나 덜 힘들게 하는 존재로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돌보지 못한 마음은 타인을 더 잘 품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더 내 필요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를 지키는 마음은 사랑을 방해하는 이기심이 아니라, 사랑이 자기중심성으로 무너지지 않게 하는 바탕일 수 있다. 내 상태를 알고, 내 한계를 알고, 지금 내가 무엇을 줄 수 있고 무엇은 줄 수 없는지를 아는 사람은 관계 안에서 덜 억지로 굴게 된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지 않고, 줄 수 없는 것을 주는 사람처럼 연기하지도 않으며, 결국 버거움이 쌓여 상대를 원망하는 자리까지 덜 밀려간다. 나를 지킨다는 것은 벽을 세운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이 거짓과 무리 위에 세워지지 않도록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에는 늘 긴장이 있다. 사람은 타인을 향하다 보면 종종 자기 자신을 뒤로 미루고 싶어지고, 반대로 자신을 지키려다 보면 혹시 너무 차가워진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 긴장이 사랑의 실패라기보다 사랑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늘 둘 사이를 조율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너무 많이 앞세우면 관계는 닫히고, 내가 나를 너무 지우면 관계는 기울어진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는 어디로 너무 쏠리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어쩌면 성숙한 사랑은 타인을 향한 마음과 나를 지키는 마음 사이에서 늘 올바른 답을 아는 상태가 아니라, 그 둘을 계속 조율하려는 태도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상대를 너무 내 기대 안에만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대로 나는 지금 관계를 지킨다는 이유로 내 마음을 너무 오래 밀어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을 반복해서 할 수 있을 때, 사랑은 극단으로 흐르지 않는다. 나는 이 조율이야말로 오래가는 사랑의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타인을 향한 마음과 나를 지키는 마음은 본래 서로를 부정해야 하는 관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로 타인을 소중히 여긴다면, 결국 그 사람에게 계속 억지와 소진으로 반응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로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결국 타인을 내 불안과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만 쓰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두 마음은 서로를 방해한다기보다, 서로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조건에 가깝다. 타인을 향한 마음이 나를 조금 넓게 만들고, 나를 지키는 마음이 그 넓어짐이 소진으로 변하지 않게 붙잡아준다.


나는 사랑이란 결국 나를 포기하는 일도, 나만 지키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나를 가진 채 너를 향하는 일이고, 너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일이다. 이 문장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주 흔들린다. 어떤 날은 내가 너무 버거워서 너를 향하기 어렵고, 어떤 날은 너를 향한 마음이 커서 나를 너무 쉽게 뒤로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 흔들림 속에서, 다시 균형을 찾으려는 마음이 사랑을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타인을 향한 마음은 나를 넘어서게 하지만, 나를 지키는 마음은 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한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사랑은 오래 숨 쉬기 어렵다. 타인만 향하면 관계는 곧 소진되고, 나만 지키면 관계는 애초에 깊어지지 못한다. 결국 오래가는 사랑은, 마음이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쳐 드는 일에 더 가깝다. 내 바깥의 한 사람을 향하되,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함께 현실 안에 남아 있도록 하는 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랑을 생각할 때, “얼마나 더 줄 것인가”만큼이나 “어떻게 함께 살아 있을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 내가 나를 지우면서까지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를 모두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마음을 오래 흐르게 하는 것. 그것이 덜 극적일 수는 있어도, 더 깊고 더 현실적인 사랑일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은 한 사람의 희생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의 존재를 잃지 않은 채 서로를 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관계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사랑은 이 두 마음을 동시에 배워가는 일일 것이다. 내 바깥의 한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여는 법, 그리고 그 마음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나 자신도 함께 돌보는 법. 타인을 향한 마음과 나를 지키는 마음. 나는 사랑이 결국 이 둘을 함께 데려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앞으로도 오래 배워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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