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없으면 왜 모두 열심히만 하게 되는가

7장.

by 경영 컨설턴트 Tim

작은 조직에 가면 정말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다들 바쁘다. 일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 메신저도 계속 울리고, 회의도 있고, 처리할 것도 쌓여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합의는 흐려져 있다. 모두가 열심히 움직이고는 있는데, 그 열심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매출을 말하고, 누군가는 일정 준수를 말하고, 누군가는 고객 반응을 말하고, 누군가는 내부 협업을 말한다. 다 맞는 말 같지만, 결국 무엇을 가장 먼저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남지 않는다.


나는 이 현상이 단지 사람들이 방향 감각이 없어서 생긴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준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 방식대로 열심히 한다. 그리고 각자의 열심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열심이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을 때다. 그러면 조직은 분명 부지런하지만, 부지런함이 성과로 쌓이지 않는다. 열심히는 많은데,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합의는 없는 상태가 된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은 가장 익숙한 기준을 붙든다.
대표는 대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팀장은 자기 팀에서 당장 해결 가능한 것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실무자는 눈앞의 급한 일부터 기준으로 삼는다. 이건 각자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사람은 기준이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보다 무엇을 빨리 처리해야 할지를 먼저 찾는다. 그래서 급한 일은 잘 처리되지만, 중요한 일은 자꾸 뒤로 밀린다. 그렇게 조직은 바쁜데 핵심이 약해진다.


기준이 없으면 열심히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우선순위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할 일은 많다고 느끼지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는 각자 다르게 생각한다. 누군가는 고객 응대를 먼저 챙기고, 누군가는 마케팅 소재를 먼저 바꾸고, 누군가는 내부 정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 중요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합의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국 자기 눈에 더 급해 보이는 것부터 처리한다. 그러면 조직 전체는 많이 움직였는데,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열심은 쌓여도 힘이 모이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성과와 활동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조직은 특히 활동이 많아 보이면 안심하기 쉽다. 회의했으니 일한 것 같고, 보고했으니 정리된 것 같고, 여러 번 확인했으니 잘 굴러가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활동이 많다고 성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KPI가 없거나, 있어도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활동을 성과처럼 느끼게 된다. 바빴던 하루가 성과가 된 것 같은 착시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성과는 바쁨의 총합이 아니라, 무엇이 실제로 바뀌었는가로 확인되어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면 모두가 열심히 했다는 말은 남지만, 무엇이 좋아졌는지는 남지 않는다.


세 번째 이유는, 잘했다는 말의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에서는 대표가 만족하면 잘한 것이고, 어떤 조직에서는 일정이 맞으면 잘한 것이고, 어떤 조직에서는 실무가 편하면 잘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람마다 성공의 정의가 다르다. 대표는 매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팀은 일정이 맞았다고 안심하고, 다른 팀은 협업이 잘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로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는 기준이 다르니 같은 일을 놓고도 서로 다른 결론에 도착하는 것이다. 기준이 없으면 열심히는 쌓이지만, 잘함에 대한 합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가 만났던 한 10명대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정말 다들 바빴다. 매일 뭔가를 만들고, 확인하고, 수정하고, 다시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매주 회의에서 자꾸 같은 이야기가 반복됐다. “이번 주도 열심히 했는데, 왜 체감이 없죠?” “이게 맞는 방향인가요?”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죠?” 들여다보니 문제는 의지 부족이 아니었다. 무엇이 우선인지, 무엇이 끝인지, 무엇이 성과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열심히 하되, 결국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뛰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조직 전체가 바쁘게 움직였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열심이 따로 놀고 있었던 것이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은 자꾸 잘 보이는 일, 하기 쉬운 일, 당장 반응이 오는 일에 몰린다.
왜냐하면 기준이 없을 때는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보다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일이 우선된다. 예를 들어 고객 경험을 바꾸는 일보다 당장 눈앞의 이슈를 잠재우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구조를 정비하는 일보다 급한 메신저 응답이 더 우선되고, 지표를 만들고 해석하는 일보다 일단 눈에 보이는 활동량을 늘리는 일이 더 편해진다. 그 결과 조직은 꾸준히 바빠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심을 놓친 채 돌아가게 된다.


나는 이 문제를 볼 때마다, 기준 없는 열심은 결국 사람을 지치게 할 뿐 아니라 조직을 불공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준이 없으면 누군가는 늘 더 열심히 보이고, 누군가는 늘 덜 보이고, 누군가는 늘 급한 일을 맡고, 누군가는 늘 성과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열심의 총량이 아니라, 열심이 어떻게 보였는지가 평가를 결정한다. 이때 조직은 성과보다 인상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기준이 없으면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는지, 누가 더 자주 보고했는지, 누가 더 바빠 보였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운영이 아니라 인상 관리에 가깝다.


기준이 없으면 사람들은 결국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말에 기대게 된다.
이 말은 겉으로는 성실한 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문장일 수 있다. 열심히는 언제나 필요하지만, 기준이 없는 열심은 방향을 잃는다. 방향이 없는 열심은 오래갈수록 소모를 만든다. 사람이 스스로 무엇을 향해 달리는지 모르면, 달릴수록 더 지친다. 그래서 기준이 없는 조직은 사람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


기준이 왜 중요한지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은, 일이 잘 안될 때다.
기준이 있는 조직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가 기준에서 벗어났는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준이 없는 조직은 문제가 생기면 그저 “왜 이렇게 됐지?”, “누가 잘못했지?”,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만 했지?”라는 말로 돌아간다. 그러면 문제를 구조적으로 고치기보다 사람의 의지나 태도로 설명하려는 습관이 강화된다. 기준이 없으면 잘못된 방향도 오래 유지된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기준이 없는 조직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더 많은 활동이 아니라, 더 선명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가.
무엇이 성과이고 무엇이 과정인가.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어느 지점에서 올려야 하는가.
이 질문들이 분명해야 사람은 열심히만 하는 상태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기준은 사람을 묶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를 성과로 바꾸는 선이다.


기준이 없으면 모두 열심히만 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 열심히만 하는 조직은 오래가도 자꾸 피곤하다. 왜냐하면 그 열심이 어디를 향하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쳤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무엇을 기준 삼아 달려야 하는지 알지 못해 지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장의 핵심은 단순하다.

열심히는 충분하지 않다.
기준이 있어야 열심히가 성과가 된다.
그리고 기준은 선언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반복해서 쓰이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 질문을 오래 붙들고 싶다.
우리는 지금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준 없이 바쁘기만 한가.
이 질문을 정직하게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야 하는 이유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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