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왜 느슨해지는가

6장.

by 경영 컨설턴트 Tim

작은 조직을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꾸 흐트러질까.
서로 예의도 있고, 악의도 없고, 대체로 성실하고, 적어도 무언가를 대충 넘기려는 분위기도 아닌데, 이상하게 일이 단단하게 붙지 않는다. 누가 일부러 방해하는 것도 아닌데 실행이 늦어지고, 누가 크게 잘못하는 것도 아닌데 기준이 자꾸 희미해지고, 누구도 대놓고 무책임하지 않은데 결과는 자꾸 느슨해진다. 이럴 때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들인데 왜 이럴까.”


나는 이 질문이 꽤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조직이 실제로 사람의 선악보다는 사람의 성실함 위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은 분명 조직에 큰 힘이 된다. 서로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고, 무리한 방식으로 관계를 망치지 않으며,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하게 해준다. 하지만 바로 그 좋은 마음이, 때로는 조직을 느슨하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사람들은 서로를 배려하느라 경계를 세우지 못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느라 기준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아서 어려운 말을 미루고, 누가 먼저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지 애매한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 그 결과 조직은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안으로는 자꾸 풀어진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느슨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좋은 마음이 기준을 대신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아주 긍정적으로 쓴다. 실제로 좋은 마음은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좋은 마음만으로는 조직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조심하는 태도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니까 알아서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이 강해질수록, 정작 무엇이 기준인지,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지, 어디까지가 합의인지가 흐려진다. 좋은 마음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지만, 기준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많은 작은 조직은 이 둘을 자주 혼동한다.


두 번째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갈등을 피하면서 중요한 조정을 늦추기 때문이다.
조직이 느슨해지는 순간을 자세히 보면, 대개 누군가가 나쁘게 굴어서라기보다, 어려운 말을 하지 않아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조금 아닌 것 같다”, “이건 기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 “여기서 더 분명히 나눠야 한다” 같은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기가 어렵다.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 괜히 분위기를 상하게 하고 싶지 않고, 굳이 관계를 딱딱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 싶다. 그래서 문제는 뒤로 밀린다. 그리고 뒤로 밀린 문제는 대부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져서 돌아온다. 느슨함은 종종 갈등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필요한 시점에 다루지 못해서 생긴다.


내가 만났던 한 8명 규모의 조직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정말 잘 지냈다. 회의 분위기도 좋았고, 누구 하나 튀는 사람도 없었고, 대체로 서로를 존중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쌓일수록 자꾸 일이 늦어졌다. 왜냐하면 “이건 누가 끝까지 보나요?”, “여기서 기준은 뭐죠?”, “이 일정은 지금 유지 가능한가요?” 같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먼저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히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서, 괜히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말을 아꼈다. 결국 모두가 좋은 사람으로 남았지만, 일은 자꾸 흐려졌다. 관계는 부드러웠지만, 운영은 단단하지 않았다.


세 번째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말은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 이해가 많으면 좋은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해가 많다고 해서 기준이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다 보면, 각자 사정이 있으니 이번엔 넘어가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상대도 힘들 테니 내가 조금 더 하자 같은 방식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면 누군가는 늘 조금 더 하고, 누군가는 늘 조금 덜 정리하고, 누군가는 늘 중간에서 메꾼다. 그때 조직은 갈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의 무게가 공평하지 않다.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종종 공정함이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은 그래서 자주 명확한 기준 대신 암묵적 양해로 굴러간다.
서로 눈치를 보고, 서로의 바쁨을 이해하고, 서로의 컨디션을 살피다 보면 대놓고 기준을 말하는 일이 줄어든다. 그런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조직은 결국 사람의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오늘은 분위기가 좋아서 넘어가고, 내일은 피곤해서 늦어지고, 다음 주는 대표가 보고 싶어 해서 다시 바뀐다. 이런 조직은 나쁜 사람 하나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끼리 기준을 분명히 못 잡아서 흔들린다. 이게 작은 조직의 묘한 함정이다. 좋기 때문에 약해지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나는 여기서 “좋은 사람”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은 분명 소중하다. 악의가 적고, 관계가 훼손되지 않으며, 서로를 인간적으로 대하려는 마음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좋은 마음이 조직의 기준을 대신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은 조직을 따뜻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에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기준, 역할, 책임, 권한, 점검, 피드백 같은 것들 말이다. 조직이 느슨해지는 이유는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끼리 이런 장치를 미뤄두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은 또 하나의 착각에 빠지기 쉽다.
바로 “우리는 원래 서로 믿으니까”라는 말이다. 믿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믿는다는 이유로 확인을 생략하면 결국 서로가 서로의 기대를 알아서 맞춰주길 바라게 된다. 문제는 그 기대가 늘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이미 끝난 줄 알았고, 누군가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그 일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서로가 좋은 사람들이니까, 이런 불일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넘기다 보면, 결국 누구도 분명히 책임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신뢰는 중요하지만, 신뢰가 곧 합의는 아니다. 신뢰와 기준은 함께 있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느슨해지는 이유는 사실 아주 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상대를 해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분명한 말을 덜 하고, 분명한 말을 덜 하다 보니 책임도 늦게 정리되고, 책임이 늦어지면 일은 자꾸 흩어진다. 그 사이에 좋은 사람들은 더 바빠지고 더 배려하고 더 많이 메운다. 그리고 결국 조직은 “사람은 좋은데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말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때 다시 사람의 태도만 탓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반복된다. 왜냐하면 좋은 사람들은 여전히 좋은데, 구조는 여전히 느슨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장에서 특히 하나를 분명히 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이 아닐 수 있지만, 문제를 늦게 발견하게 만드는 조건이 될 수는 있다.
좋은 사람들은 서로를 망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경계가 무너져도 바로 말하지 않는다. 좋기 때문에 참는다. 좋기 때문에 미룬다. 좋기 때문에 이해한다. 그런데 조직은 좋은 마음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좋은 마음은 구조가 받쳐줄 때 더 빛나고, 구조가 없을 때는 오히려 책임의 공백을 덮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뽑는 일보다,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느슨해지는 것은 결국, 좋은 마음과 운영의 언어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마음은 있지만, 그 마음이 어디까지 책임으로 연결되는지,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 누가 최종 판단을 내리고 누가 실행을 닫아야 하는지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좋은 사람들은 계속 좋은 마음으로만 버티게 된다. 그리고 좋은 마음은 오래가더라도, 그 마음이 운영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조직은 결국 흐려진다.


나는 이 문제를 볼 때마다, 작은 조직이 진짜로 배워야 하는 것은 더 착해지는 일이 아니라 더 분명해지는 일이라고 느낀다.
좋은 마음은 이미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실제 일로 이어지려면, 기준을 말할 용기, 책임을 나눌 용기, 경계를 세울 용기, 불편한 조정을 피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흐려지지 않는다. 그래야 좋은 마음이 관계를 지키는 힘이 되지, 책임을 늦추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결국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느슨해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좋기 때문에 더 분명해야 하는 것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배려와 기준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배려는 기준 위에서 더 건강해진다. 누가 어디까지 맡는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는지, 어디서 끝내야 하는지가 분명할 때 사람은 덜 지치고 덜 서운해진다. 좋은 사람들은 여전히 좋을 수 있다. 다만 그 좋은 마음이 조직을 유지하려면, 감정이 아니라 구조가 그것을 받쳐주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이 질문을 오래 붙들고 싶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왜 느슨해지는가.
아마 답은 사람의 악의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끼리도 기준 없이 오래 버틸 수는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기준이 없으면 왜 모두 열심히만 하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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