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공주'다. 철없는 공주. 이런 어린 공주들은 세계사 속에서도 알 수 있지만, 결혼생활이 오래 가지 못한다. 품위나 품격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너무 어린데,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을 하는 그런 철없는 공주. 딱 그랬다. 사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다. 엄마의 결혼 이유는 하나였다. 그냥 아빠가 쫓아다녀서. 로맨틱해 보일지 몰라도 그냥 무미건조한 단어 그 자체다. 한 마디로 인생을 별로 계획적으로 살지 않은 엄마다. 아직까지도 콜라 한 병, 소주 한 병이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어느 가게에 들어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재료가 없어서 거절만 안 당한다면 일단 다 시키고 본다. 물론 여느 공주처럼 입이 짧으니 다 남길 수밖에... 본인은 말한다. 먹고 싶어서 샀다고 꼭 다 먹어야 하냐고,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먹으면 왜 안 되냐고. 가톨릭 신자인 엄마에게 항상 나는 말한다. 엄마, 앞으로 뭐든 기도하지 마. 엄마 천국문 앞에는 엄마가 남긴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있을 거니까. 어차피 그 길로 못 가.
엄마를 쫓아다녔다는 그 남자, 아빠는 뭐 딱히 표현할 단어도 없다. 어느 라디오 오프닝에서 들은 적 있다. 어떤 새는 짝짓기 전, 암컷이 수컷의 항문 주변을 확인한다고. 이유가 기가 막혔다. 튼튼한 후대를 위하여 어딘가의 크기를 본다 따위의 동물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수컷이 자신의 항문 및 중요부위를 깔끔하게 유지하나를 보고 그것을 통해 수컷들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맞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다. 우리 엄마는 새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아빠는 집안이면 집안, 직업이면 직업, 경제능력이면 경제능력 뭐 하나 택할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 남은 그것, 외모. 외모는 1등이긴 하다. 어딜 내놔도 뒤에서 1등. 혹시 모른다. 항문이 깨끗했나.
이 둘은 그냥 그렇게 결혼했다. 세계 몇 대 미스터리 안에 들어갈 결혼이다. 본인들도 왜 했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대가 첫날밤에서야 서로를 확인하는 시대냐, 그것도 아니다. 60년대생이니까. 자라오면서 서로에 대한 욕은 자식으로서 들어보았어도 연애이야기, 사랑이야기, 사랑스러운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 부모가 이 글을 본다면, 인상을 찌푸리며 '왜! 외식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랬는데!'. 그냥 아빠가 엄마가 너무 예뻐서 쫓아다녔다는 것, 그 아름다운 한 줄 말고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둘이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부모가 되었고 나는 그들의 자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