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동승자 5(완결)

단편소설 18

by 최지윤

5장 정의의 각성

. 시트가 갈리고, 가격표가 바뀌고, 문 앞에는 다른 이름이 붙었다.

방이 한 번 비는 동안에도, 김좌평 이름은 계속 뉴스 화면을 오르내렸다.


구속, 기소, 재판, 구형.


티브이 화면 앞에서 사람들은 그걸 두고 각자의 정의를 말했다. 누군가는

“늦었지만 다행이지.”라고 했고,

누군가는

“역시 돈 많은 놈은 끝까지 버틴다니까.”라고 했다.

삼류 경석은 그 자리에 없었다.

뉴스 화면 앞에도, 사람들 틈에도. 그럼에도, 적어도 그날 밤만큼은 깨달았다.


사람에는 급이 있어도, 정의에는 급이 없다는 것을.

경석은 틈만 나면 여검사 앞에서 허세를 부렸었다.


검찰청 문턱 한 번 못 넘어본 삼류 인생이면서, 마치 법이라는 걸 다 아는 사람인 양,


마치 한 번쯤은 정의를 위해 주먹을 쓴 사람인 양 굴었다


. “검사님 같은 사람이 정의를 지키는 나라라서, 그래도 이 나라가 안 망한 겁니다.”


그 말을 할 때마다, 입 안이 쓰고 속이 간질거렸다.

알고 있었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정의가 아니라 구역질 나는 허세라는 걸.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자기 죽음마저, 그 허세의 마지막 페이지로 남길 생각을 한 건. 정의감에 죽는 사람으로 남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평생을 정의를 위해 살아왔다고 믿는 그 사람 앞에서, 그런 죽음은 괜히 부끄러웠다.


삼류가 정의를 입에 올리는 꼴을, 누구보다도 삼류인 자신이 견딜 수 없었다. 그날 밤, 그는 여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끊고, 짧은 문자 하나만 남겼다.― 검사님, 이번에도 검사님 정의가 이긴 걸로 해주이소. 나는 그냥, 또 허세 좀 부르짖다가 간 걸로 합시다. 보내지 않은 문자였다.

보내지 못한 허세였다. 대신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입술을 비뚜 하게 올리고 중얼거렸다.


“별것도 아닌 놈 하나 치우는 거라, 검사님은 몰라도 되겠네.”


그 말이, 여검사 귀엔 끝까지 허세로만 들렸으면 했다.


정의 같은 건 한 번도 못 지키고, 끝까지 허세나 부리다 간 삼류로 남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날 밤만큼은, 그는 알았다.


사람에는 급이 있어도, 정의에는 급이 없다는 것을.

-(완결)-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