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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만난 괴물들 - 1화

착한 얼굴로 나타난 첫날의 그 사람

by 초연

처음 그 사람을 만난 건,

입사 첫 주 월요일 아침 회의였다.

회의실 문을 열자 어색한 환대와 억지 웃음이 뒤섞인 공기가 먼저 밀려왔다.

그 사람은 테이블 상석에 앉아 있었고,

팀원들은 이미 신경을 곤두세운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나를 보자마자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아— 드디어 오셨네요. 기다렸어요.”

두 손을 흔들며 다정하게 불렀다.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고, 말끝은 지나치게 따뜻했다.

그 순간에는 그저 ‘환영의 표시겠지’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따뜻함은 애초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회의가 시작되고,

그 사람은 내 경력과 실력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질문 하나하나가 마치 나를 ‘파악하려는 스캔’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그것조차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경험이 있으시네. 우리 팀에 정말 필요한 분이에요.”

“저는 실력 있는 사람을 보면 금방 알아봅니다.”

말하는 내내,

그 사람의 눈빛은 웃고 있지 않았다.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처음 느낀 위화감이었다.

점심시간, 다른 팀원들에게 물었다.

“본부장님, 원래 저렇게 친절하세요?”

팀원들은 잠시 서로의 눈을 봤다.

누군가가 짧게 답했다.

“처음엔요.”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팀에 적응하길 바라는 격려로만 들렸으니까.

며칠 후, 그 사람이 나를 회의실로 조용히 불러 말했다.

“우리 앞으로 잘해봐요.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 너무 필요했어요.”

그 말은 겉으로는 칭찬이었지만,

어딘가 ‘너는 내 사람이어야 한다’는 소유감 같은 게 묻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 따뜻하고 부드럽던 목소리가

어떻게 차갑고 잔인한 칼날로 변해갔는지.

칭찬이 어떻게 통제로 바뀌었는지.

편안한 환영이 어떻게 심리적 고립의 시작이었는지.

그 모든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첫날 이미 사인은 드러나 있었다.

나는 다만 그걸 보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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