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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만난 괴물들 - 3화

작은 실수를 ‘인신 공격’으로 바꾸는 사람들

by 초연

그 사람은 나를 처음 무너뜨린 순간에도

한 번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다른 상사들처럼 욕을 하거나,

주먹으로 책상을 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더 무서운 방식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조용한 오후였고,

팀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단순한 숫자 하나를 잘못 기입해

본부장에게 올린 보고 자료의 한 줄이 틀려 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저지르는 실수였다.

금방 고칠 수 있는 오류였고,

실제로 팀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회의실로 불러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거… 본인이 한 거 맞죠?”

목소리는 낮았고, 표정은 심각했다.

“네, 제가 잘못 봤습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인정했다.

그러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료에 적힌 숫자를 천천히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이런 걸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돼요.”

그 한 문장은

실수보다 훨씬 더 나를 때렸다.

업무적인 오류가 아니라,

내 존재 전체를 평가하는 말.

“당신은 기본기가 약해요.”

“생각 없이 일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디테일을 놓치면… 자신감이 없어서 그래요.”

그는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성격, 태도, 능력, 심지어 인격까지

묘하게 연결해서 조용히 공격했다.

그때 느꼈다.

그 사람은 ‘지적’을 하는 게 아니라

‘규정’을 하고 있었다는 걸.

나는 침착하게 듣고 있었지만,

속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불편함이 차올랐다.

그리고 더 소름 돋는 건

그 사람의 말 이후 생겨난 침묵이었다.

말을 마치고 나를 잠시 바라보는데,

그 시선이 “넌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 같았다.

그 침묵이 더 잔인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팀 전체의 공기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누군가는 내 눈을 피했고,

누군가는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마치 내가 실수가 잦은 문제 있는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작은 오류 하나가

그 사람의 말 몇 줄로 인해

내 존재 전체의 결함으로 바뀌어 버렸던 날.

그 후로 나는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또 어떤 말을 들을까’부터 떠올리게 되었다.

그 사람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날의 실수는 실수가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는

내 인격을 흔드는 ‘첫 단추’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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