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수를 ‘인신 공격’으로 바꾸는 사람들
그 사람은 나를 처음 무너뜨린 순간에도
한 번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다른 상사들처럼 욕을 하거나,
주먹으로 책상을 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더 무서운 방식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조용한 오후였고,
팀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단순한 숫자 하나를 잘못 기입해
본부장에게 올린 보고 자료의 한 줄이 틀려 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저지르는 실수였다.
금방 고칠 수 있는 오류였고,
실제로 팀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회의실로 불러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거… 본인이 한 거 맞죠?”
목소리는 낮았고, 표정은 심각했다.
“네, 제가 잘못 봤습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인정했다.
그러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료에 적힌 숫자를 천천히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이런 걸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돼요.”
그 한 문장은
실수보다 훨씬 더 나를 때렸다.
업무적인 오류가 아니라,
내 존재 전체를 평가하는 말.
“당신은 기본기가 약해요.”
“생각 없이 일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디테일을 놓치면… 자신감이 없어서 그래요.”
그는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성격, 태도, 능력, 심지어 인격까지
묘하게 연결해서 조용히 공격했다.
그때 느꼈다.
그 사람은 ‘지적’을 하는 게 아니라
‘규정’을 하고 있었다는 걸.
나는 침착하게 듣고 있었지만,
속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불편함이 차올랐다.
그리고 더 소름 돋는 건
그 사람의 말 이후 생겨난 침묵이었다.
말을 마치고 나를 잠시 바라보는데,
그 시선이 “넌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 같았다.
그 침묵이 더 잔인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팀 전체의 공기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누군가는 내 눈을 피했고,
누군가는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마치 내가 실수가 잦은 문제 있는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작은 오류 하나가
그 사람의 말 몇 줄로 인해
내 존재 전체의 결함으로 바뀌어 버렸던 날.
그 후로 나는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또 어떤 말을 들을까’부터 떠올리게 되었다.
그 사람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날의 실수는 실수가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는
내 인격을 흔드는 ‘첫 단추’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