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노력의 영역인가, 운의 영역인가.
네, 노력으로 극복하면 된다고
그렇게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2024년 11월,
두 번의 자연임신과 유산을 겪고 나서야 난임병원에 발을 들였다.
원인을 찾고 다음 임신을 준비하기 위한 두 달간 진행한 각종 검사들.
다행히도 원인 불명의 난임은 아니었다.
명확한 원인이 있었다.
'극난저'
난소 내에 남은 난자의 양이 매우 적은 상태.
난자가 고갈되기 전에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안고 시험관을 시작했다.
고갈되어 가는 난자의 양과는 별개로, 난자의 질에 집중하기로 했다.
난자의 질이 좋으면 개수는 적더라도 건강한 배아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스트레스가 난자의 질에 가장 나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난자의 질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개월을 고민했다.
긴 고민 끝에 스트레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을 잠시 쉬기로 했다.
10여 년 이어온 일을 그만두고, 나는 시험관 시술에 집중했다.
좋아하던 술을 끊고,
난자질, 임신에 좋다는 영양제를 챙겨 먹고,
매일 아침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하고,
삼시세끼 한식 위주의 저염 식단을 차려 먹었다.
그렇게 3개월을 건강관리에 매진하자 변화가 생겼다.
매달 1개 채취되던 난자가 3-4개까지 늘은 것.
내가 한 노력에 난소가 반응을 해주니,
'노력'만이 살 길이라며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래, 노력에도 한계가 있는 게 분명했다.
건강관리를 하는 목적은 '임신과 출산'이었지만,
그 결과는 점점 닿을 수 없는 먼 산처럼 느껴졌다.
1년 동안 7개의 배아를 모아,
3개의 배아를 이식해 임신했으나 6주 계류유산,
1개의 배아를 이식했으나 비임신,
3개의 배아를 이식해 임신 수치를 봤으나 화학적 유산.
이로서 현재까지의 최종 스코어,
3년간 4번의 임신과 4번의 유산.
시험관 시술 11회 차가 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임신과 출산은,
그러니까 내 두 눈으로 아기를 보고 안게 되는 것은
노력만으로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노력은 희망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그 노력이 운과 맞아떨어졌을 때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럼 나 노력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운이잖아."
어차피 운이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엔 그렇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내가 해왔던 노력은 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매 순간 무너질 수 있는 나를 '붙잡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는 것을.
결과는 운의 영역일지 몰라도,
그 시간을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며 지나갈 것인지는
여전히 내 선택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난임이 노력으로 극복되지 않는 영역임을 인정하면서도
노력을 포기하진 않는다.
이제 나의 노력은
결과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시간을 무너지지 않고 지나가기 위한 방식이 되었다.
노력으로 극복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 올 운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