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기
고등학교 베프 두 명과 대만 여행을 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타이베이 융캉제에서 누가크래커를 사려고 긴 줄을 서 있다. 나는 사실 웨이팅에 우호적이진 않아서 줄이 길면 미련 없이 떠나는 편이지만, 여행지에서 내 친구들이 원하는 건 얘기가 다르기 때문에 기꺼이 서있는다. 대만에 온 지 3일 차인데, 우선 이 나라의 친절함에 놀랐다. 도움이 필요한 것 같으면 주저 없이 먼저 도와줘도 되는지를 묻는 사람들 덕에 대만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아졌다. 어제 한국인 버스 투어를 다녀왔는데, 그때 가이드님께서 대만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못 받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먼저 베풀고 나눔으로써 좋은 인정을 얻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고 말해주셔서 그들의 친절이 와닿았다. 해외여행을 다니면 당연하게도 시야와 마음이 넓어진다. 한 나라 혹은 특정한 인종을 말도 안 되는 선입견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만 역시 중화권 국가이기 때문에 길거리 음식이 비위생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길거리가 웬만한 한국의 거리보다 깨끗하고, 고민 끝에 먹은 음식은 별 탈 없이 소화가 되는 매우 민망한 일만 벌어졌다. 반성해야지.
여행 2일 차에 타이베이 예류 지질 국립공원에 갔다. 비가 쏟아져서 사진 찍기에는 난감한 날이었다. 침식과 풍화로 만들어진 장관을 보러 갔다. 머리가 두껍고 허리가 얇은 지형을 보러 갔는데, 바로 그 허리가 점점 깎여나가서 결국 약 4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한다.
비가 온 덕에 거센 파도를 마음껏 보았다. 나는 잔잔한 바다보다 물보라가 치는 거친 파도를 좋아한다. 어쩌면 4년 뒤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그 지형이 우리들의 삶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멈추지 않는 바람과 거세다가도 잔잔한 파도를 마주하며 깎여나가는 것. 때로는 모래가 불어와 쌓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라지는 것. 언젠가는 있었는지도 모르게 아주 사라져 버릴 것.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매일이, 새롭게 시작하는 인턴십의 떨림이, 설렘이 불안과 실망으로 귀결되는 반복이, 쌓고 쌓는 자격증이 모두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 신기루처럼 기억될 대만여행만이 빛나는 순간은 아니니까, 늘어진 옷에 한숨 섞인 책상 위 역시 반짝이는 내 것이라는 걸 잊지 말기로 다짐한다.
대만 문화체험으로 소원을 적은 홍등을 날렸다.
2026년에는 성공보다 성취가 많기를
자존심 부리지 말고 내 길을 갈 수 있기를
그 과정에 행운도 따르기를
하늘 끝까지 날아서 내 마음이 닿아 이어졌으면.
2025년을 시작할 때 결국 내가 걷고자 하는 길로 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했었던 걸 기억해 보면, 새해 소원은 확실히 이루어지는 듯하다. 기대해 보겠어 2026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무탈하게 2025년을 보내주고 기쁘게 새해를 맞이하시길: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