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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패배 속에서도 품어야 할 존엄

by Henry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자신만의 바다에 선다.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를 끝까지 시험한다.

삶이 늘 우리 편이 아니듯

바다는 기회보다 시련을 더 많이 건네곤 한다.


노인은 어느 날 거대한 청새치를 만난다.
그가 걸어온 세월처럼 굳세고
그를 기다려온 운명처럼 단단한 생명이다.

노인은 물고기와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싸움은 누군가에게는 무모함처럼 보이겠지만

노인에게는 살아온 날들을 증명하는 마지막 대화였다.


노인은 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기지도 않는다.
바다는 그에게 물고기를 허락했지만
완전한 승리를 허락하지는 않았다.

상어 떼가 다 뜯어가고 난 뒤
노인에게 남은 것은 커다란 뼈와
해 질 녘의 긴 침묵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침묵 안에서
노인은 패배가 아니라 존엄을 지킨다.

그가 바다로 나갔던 이유는 영광이 아니었고
마을에 자랑할 트로피도 아니었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이 여전히 “할 수 있는 사람”임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삶도 그렇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끝내 전부를 지키지 못해도
우리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순간
존엄은 잃지 않는다.


노인은 바다와 겨뤘고
싸움에서 몸은 무너졌지만
영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지켜낸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스스로가 믿었던 인간의 품격이었다.


<노인과 바다>는 말한다.
우리는 패배할 수 있다.
때로는 너무 쉽게 꺾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바다를 건너온 자라고 말한다.


삶은 종종 상어 떼처럼 우리를 베어내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승리보다 오래가는 것,
바로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노인이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바다처럼
우리의 하루도 넓고 깊다.
그리고 바다를 건너는 일은
언제나 각자의 몫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 잃어도 괜찮다.
하나만 지키면 된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음.


그것이야말로
패배조차 더럽히지 못하는 인간의 힘이다.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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