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默默)

잠잠할 묵默 잠잠할 묵默 - 검은 날개의 품위

by 휘령 박하설

까마귀가 되자스라



1월 1일 아침, 한겨울
수원 들녘.


새카만 까마귀님들
삼삼오오,
줄지어 떼 지어
전봇대 전깃줄에
걸터앉아서는
지나가는 인간들을
내려다보시고 있다.


까맣고 또 까맣고,
제아무리 눈을 비벼도
그저 까맣고 까맣기만 한
이것 외엔
존재성이란 그 무엇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그러한 그들에게


누구들인가는,
우리 모두는
본능적으로, 전통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낙인찍었다.
절대적으로 증오하기만 했다.


그저 새카맣단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지나가던 아해들의
돌팔매질을 당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보시게들,
가던 길 멈추시고
이내 말씀 한 번
들어보시지 않겠나.


저들도 태어나길
저 운명이었을 뿐이오.
저 운명이었을 뿐인 것을.


세상 탓 않던
받아들임의 숙명이었음을.


세상 볼 수 있었음의
단 이 이유 하나만으로
늙은 부모 위해
눈비바람 불어도
낳아 길러줌의
절대 버리지 않는
저 고귀한 성품의 미학을.


이것이
가히 돌팔매질당할
운명이시던가,
이 말일세.


오늘도


우아한 척, 잘난 척
저 새하얀 백조는
세상 가장
가난한 화려함 속에서
저 까마귀님을
비웃고 있음은.


웃어웁다.
우서워…


돌팔매질을 당해도 하늘을 떠나지 않는 자세. 비웃음을 받아도 늙은 부모를 향해 부리를 기울이는 태도.

검다는 이유로 증오를 받아도 세상을 탓하지 않는 귀품. 소리 없는 저항이 아니라 소리 없는 선택입니다.

굴복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중심입니다. 그래서 이 시(노래) 속 까마귀는 울음이 요란한 새가 아니라

묵묵(默默)한 새입니다. 오늘도 묵묵한 검은 날개의 품위, 반포지효(反哺之孝)를 조용히 배워봅니다.

-26.01월 음력 수원 녘 들판을 보며 하설 올림-


https://youtu.be/1NglKiwQnxs

QR-하설의 시와노래-까마귀가되자스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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