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온기
2026년 첫 연차를 연탄봉사에 사용했다.
1월의 공기는 얇은 칼날처럼 서 있었고,
우리는 각자의 체온을 껴입은 채 골목에 모였다.
연탄 네 장을 등에 얹었다.
3.65킬로 모두 합치면 14.6킬로그램.
숫자는 가벼웠지만 등은 솔직했다.
저질 체력인 나의 발끝은 자주 흔들렸다.
숨은 금세 하얗게 부서졌고
좁은 창고 안에 차곡히 놓여 가는
얼어붙은 한겨울의 검은 덩어리들.
아직은 아무 온기도 없는,
그저 무게만 있는 사물.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저것들이 타고,
재가 되고,
구들장 아래에서 오래 숨을 고르면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온기는
처음부터 빛나지 않는다.
그날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네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사랑은 종종 불꽃으로 기억되지만
실은 재로 완성된다.
환하게 타오르는 순간보다
꺼진 뒤에도 남아 있는 열기로
자신을 증명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겨울을 건너는 사람들이다.
말 한마디,
기다림 한 번,
쉽게 돌아서지 않는 마음 하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쌓인다.
36.5도.
드러내기에는 너무 평범하고
잴 수 있기에는 너무 미묘한 온도.
그러나 그 온도야말로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다.
연탄은 한 번에 타오르지 않는다.
사랑도 한 번에 깊어지지 않는다.
쌓이고,
타고,
그리고 남는다.
불길은 사라져도
구들장 어딘가에는
늦게 도착한 따뜻함이 오래 머문다.
나는 그날
비틀거리며 깨달았다.
빠르게 타오르는 빛보다
끝내 자리를 지키는 온기가
더 깊다는 것을.
누군가는 쉽게 방향을 바꾸고,
누군가는 여러 불빛을 기웃거리지만,
어떤 마음은
묵묵히 한 자리에서
계절을 건넌다.
말없이 견디는 시간은
요란하지 않으나
결코 스스로에게 헛되지 않다.
오늘의 3.65킬로그램의 연탄처럼,
우리의 36.5도의 온기로
365일의 시간을 이어가기를
조용히 소망한다.
불은 꺼질 수 있어도
온기까지 사라지지는 않기를 소원하며.
다음 화에서는 천천히 식지 않는 사랑의 온기를 노래로 지어 올려 보려 한다.
마음결 방끗, 하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