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의 검은 음표 - 반포지효
음력 정월 초하루.
새해라는 말이 붙었지만
그날의 공기는 아직 겨울의 안쪽에 머물러 있었다.
수원역 들판 위로
새까만 까마귀 떼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전깃줄은 검은 음표처럼 이어졌고
하늘은 낮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해가 기울 무렵이면
도시는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상가의 간판과
호텔 앞 나무 아래에는
그들이 남긴 자취들이 겹겹이 쌓인다.
누군가는 그것을 민원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고개를 젓는다.
나는 그 무리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날 나는
어머니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지난해 우리 집에는
한 차례 큰 물이 지나갔다.
우리는 병원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고
식탁 위에는 약봉지가 놓여 있었다.
밤은 자주 끊겼다.
우리의 시간은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우리는 속도를 줄였다.
지금 우리 집에는 다른 결의 고요가 흐른다.
어머니의 몸은 전보다 가벼워졌고
걸음은 느려졌지만
어머니의 눈은 맑다.
그 맑음은
비가 그친 뒤
강물이 제자리를 찾은 얼굴 같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배우고 있다.
들판 위를 선회하던 까마귀들이
문득 다시 떠오른다.
反哺之孝.
먹임을 받던 새가 자라
다시 어미에게 부리를 기울인다는 뜻.
반포지효(反哺之孝)는 받은 시간을
다른 자리에서 이어가는 태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종종
호수 위를 흐르는
백조의 하양을 떠올린다.
그 하양은 고요하고 단정하다.
그러나 겨울 들판을 선회하는
검은 날개에도
저마다의 질서와 품위가 있다.
빛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궤적은 또렷하다.
나는 요즘
까마귀에게서 배우고 있다.
나는 하찮다 여겼던 미물에게서
되돌림의 법을 배우고,
소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태도를 배운다.
사랑은
대단한 장면이 아니라
지나간 뒤에도
곁에 머무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씩 알아간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는다.
한 차례 큰 물을 건넌 그 손에는
이제, 서두르지 않는 온기가
조용히 남아 있다.
검은 날개가 다시 한 번 하늘을 돈다.
도시는 흔적을 걱정하지만
나는 그 궤적을 바라본다.
백조의 고요와 까마귀의 선회가
같은 하늘 아래 놓여 있듯,
사랑 또한 모양은 달라도
깊이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오늘
그 작은 날개 아래에서
검은 날개의 미학을
조용히 배우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검은 날개에서 배운 미학을 담은 노래를 조용히 조용히 지어 올려 남겨두려 한다. 마음결 방끗^^ 박하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