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땅콩껍질 속의 두 알이어라~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무엇을 더 할지,
어디까지 갈지,
어떤 사람이 될지.
나는 올해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조용히 덜어내기로 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진 것들,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들,
나를 소모시키던 역할들에서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한동안 나는
열심히 설명하며 살았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오해가 생길 때마다
말을 보태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설명은 나를 지켜주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 사이
말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요란하지 않게
늘 같은 속도로
내 곁을 지켜온 주변의 사람들.
많은 말들보다
그 성실함이,
그 침묵 속의 사랑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돌아보면
중요한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크게 보이는 관계도,
화려한 약속도 아니었다.
애써 붙들던 관계들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내 곁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나를 아끼는 방식이 분명한
바로 그 가까운 사람들.
나는 이제
땅콩처럼
곁에 붙어 끝내 남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설명 대신
기준을 남긴다.
누군가의 기대보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과 삶을
먼저 두기로 했다.
사람은 조금 줄었지만
마음은 가벼워졌고,
일은 느려졌지만
결과는 오래 남았다.
조용히 남는다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었다.
판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불리는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2026년 음력 첫날,
나는 더 이상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미 내 곁에 있던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며
조용히 내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가장 우아한 결별은 말하지 않는 것이고,
가장 깊은 사랑은 이미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알아보는 일이다.
항상 소중한 것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애써 붙잡아야 하는 관계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이어져 있던 관계가
더 깊고 오래 남는다는 것을.
올해는
더 멀리서 찾지 않으려 한다.
이미 곁에 있는 사람들을
늦지 않게 알아보고,
늦지 않게 고마워하며,
소모되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오래 남는 사람이 되려 한다.
땅콩을 쪼개면
언제나 두 알이 나란히 들어 있다.
애써 묶지 않아도 함께인 사이.
그것이면 되었다.
그것이면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조용한 관계에 대해 노래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 곁에 조용히 머물러 주었던 분들께 뒤늦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땅콩 껍질 속의 두 알이어라〉
2026년 설 언저리에서, 마음결 방끗. 박하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