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체온계, 손바닥
일주일 동안 첫째 아이가 아프더니, 첫째의 앓이가 끝나고는 둘째 아이가 아프다. 아마도 감기가 옮았나 보다. 간호를 10일 넘게 하고 있으니 멘탈도 흔들리다가 잡혔다가 바람 속 갈대처럼 왔다 갔다 흔들린다.
그래도 도파민 쏙쏙 나오는 달달한 디저트들로 열심히 버티고 있다. 며칠 후면 둘째의 감기도 끝이 날 것이란 걸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받아들인다.
작년만 해도 체온계를 든 엄마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던 첫째가 올해부턴 혼자 체온을 잰다. 내가 귓속에 체온계를 넣어 체온을 재려고 하면 이리 줘보라며 스스로 씩씩하게 귀에 갔다 댄다.
아이는 병원에서 하는 것처럼 왼쪽, 오른쪽 두 번이나 체온을 재는데, 아주 기특하다. 이제 체온을 재는 일은 아이에게 맡겨도 되는 건가. 나의 일이 하나 줄어들었다는 후련함과 동시에 손이 슬슬 덜 가게 되니 어쩐지 서운해지기도 한다.
사실 더 이상 나는 체온계가 크게 필요 없다. 아이들의 체온을 감지하는 데는 이미 전문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체온계가 싫어 귀를 막아버리는 둘째 아이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슬며시 짚어본다.
‘음, 필시 이 온도는 38.2 도다. 해열제가 필요하겠군.’
약을 먹고 있을 때 몰래 귀에 체온계를 넣어보니, 역시 38도 초반이다.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의 나이 정도였을 땐, 아이들에게 미안하게도 체온을 한 번에 대여섯 번씩은 쟀었던 것 같다. 내 손도 못 믿고 체온계도 못 믿었던 것이다. 약을 먹이고도 안심하지 못했다. 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일 때까지 아이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발만 동동 거렸다.
지금은 한두 번 재어보고 약을 먹인 뒤, 두어 시간 후에 체온을 재본다. 해열제는 두 시간 정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실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도 알았던 사실인데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했을까. 경험이 부족하니 여러모로 서툴렀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손바닥, 참 신기하다. 몇 년 육아하다 보니 손바닥도 육아 고수가 됐다. 뭐든 오래 꾸준히 하다 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나 보다. 이참에 하고 싶었던 분야의 공부를 다시 해볼까. 손바닥처럼 꾸준히 단련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막연한 자신감이 든다.
둘째도 곧 첫째처럼 회복될 것이다. 내 손바닥이 말해주고 있다. 손바닥을 살며시 바라본다.
‘둘째도 스스로 왼쪽, 오른쪽 체온을 잴 수 있을 때까지 잘 부탁한다. 기특한 손바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