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손

- 가지 마요!

by NakedGod

“가지 마요!”

발목을 잡는다

그 예쁜 넝쿨로

“그럴까?”

내 피곤한 발 냄새를 아는지

내가 몰고 다니는 바람의 소문을 들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길가에 활짝 피어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이제 그만 방랑을 멈추고

아름다운 마음을 품에 안고

그 뛰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보다

이 길이 끝나기 전에

조그만 더 가볼까


“가지 마요!”

되돌아봤으나

들리는 건 바람 소리

보이는 건 텅 빈 오솔길

잡히는 건 홀로 떠 있는 하얀 반달


끝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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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여인의 손을 뿌리쳤던 시인은 보기와는 달리 마음은 모진 듯하다. 그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잡았다면 방랑의 길을 떠났을까 생각되지만, 눈물로 붙잡았던 다른 여인도 보낸 것을 보면, 시인을 잡아 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시인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버려진 여인들이 많은데, 시인은 여자보다는 자신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시인이 카사노바 같은 바람을 몰고 다니는 남자라고 사람들은 생각하며 대한민국 막장 일일 드라마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그냥 시인의 무한한 상상력이라고 무시하면 될 것이다. 물론 후진국 미국의 애틀랜타 촌구석에 처박혀 사는 시인이 무슨 상상을 하던 세상은 제 멋대로 돌아갈 테고, 시인도 멋대로 묻혀 살다 갈 것이니 전혀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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