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기 우주인의 작은 추락 연습

넘어지기 전에 엄마를 부르는 법

by 북극성

이상했다.


보통이라면 딸꾹질 같은 웃음소리 나
장난감 부딪히는 소리가 나야 하는 시간인데,
집 안이 너무 조용했다.

채아 이름을 한 번 불러 보고,
대답이 없어서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잠깐, 숨이 멎었다.



장난감 산 위에 오른 아기 우주인, 넘어지면 받쳐 줄 준비를 하는 엄마.


장난감 바구니 위에
작은 두 발이 올라가 있었다.

울퉁불퉁한 장난감 사이에 발이 끼인 채,
양팔로 놀이방 울타리 윗부분을 꼭 붙잡고 서 있는 채아.
그 위태로운 자세 그대로
창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웬일이야.”

입에서는 놀란 소리가 먼저 나왔는데,
그다음에 든 생각은 뜻밖에도 이거였다.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네?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지만
눈은 또렷했고,
팔에 힘을 꽉 준 채 중심을 잡고 있었다.


이 작은 아이가,
지금이 위험한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잠깐의 정적.


그러다 채아의 발이 살짝 미끄러지는 느낌이었는지
표정이 흔들렸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손이 더 세게 울타리를 움켜쥐더니
곧장 나를 향해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급하게, 울음 직전의 목소리로
짧게 “응—” 하고 나를 불렀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아기 우주인의 구조 신호였다.



나는 서둘러 다가가
바구니 옆에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렸다.

“채아야, 이리 와.”

채아의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 내렸을 때
작은 가슴이 빠르게 들썩였다.

“무서웠지? 그래도 잘 버텼네, 우리 채아.”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먼저 나왔다.
“거기 왜 올라갔어?”가 아니라.

채아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훌쩍 한 번 울더니 금세 진정됐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는
아까 서 있던 그 자리를
다시 힐끗 돌아보았다.




나는 채아를 꼭 안은 채
문득, 내 어릴 적 장면이 떠올랐다.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했다 싶으면
언제나 돌아오던 말.



“잘못한 게 아니라, 혼자 견디고 있던 것뿐이야.”



“왜 자꾸 그런 걸 하니.”
“말을 해도 못 알아듣지.”


나에게 위험한 행동은
‘궁금해서 해본 것’이 아니라
‘꾸지람을 들을 거리’였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위험한 행동 = 나쁜 행동”이라는 공식을
몸 어딘가에 여전히 쥐고 산다.


그런데 오늘, 같은 장면 앞에서

나는 채아를 혼내기보다

그저 ‘참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실수하기 전에
자기 한계를 알고
엄마를 부르는 아이.


작은 위험은 스스로 느껴보고,
큰 위험은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


나는 채아가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위험한 행동을
아예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어느 정도의 위험 속에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은 마음 사이를
나는 매일 오간다.


오늘 장난감 바구니 위에 서 있던 채아는
마치 세상 밖 하늘로 나가기 전에
둥지 안에서 날갯짓을 연습하는
아기 새처럼 보였다.



우리 집 우주기지는
아직 낮고 작은 둥지다.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만큼만 높은,
그래도 혼자 서 있기엔
조금은 아찔한 높이.


채아는 그 위에서
자기 실험을 하고,
나는 그 아래에서
양팔을 벌리고 지켜본다.



언젠가 채아는
이 둥지 밖으로 날아가겠지.

장난감 바구니가 아니라
진짜 세상 모서리에서
가끔은 허공을 밟을지도 모른다.

그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서늘해지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이렇게 속으로 적어 두고 싶다.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엄마 품으로.




올라가는 건 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다만 내려오는 길만큼은,
엄마랑 같이 하자, 아기 우주인.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