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만 잡던 우주인이, 처음 친구를 만난 날
키즈카페 문을 여는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오늘 채아가 처음으로
또래 친구를 만나는 날이네.’
눈은 장난감이랑 미끄럼틀을 훑으면서도,
마음은 계속 사람을 찾고 있었다.
혹시 밀치면 어떡하지,
혹시 우리 애가 먼저 치면 어떡하지.
둘 다 울어버리면 어떡하지.
오늘은 장난감보다
관계가 더 무서운 날이었다.
노란 차를 발견한 건 채아가 먼저였다.
운전석에 앉혀 놓자
두 손으로 초록색 핸들을 꽉 쥐고
앞만 똑바로 보았다.
표정은 진지한데,
입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아기 의자에만 앉던 애가
이제 운전석에 앉아 있네…
언제 이렇게 컸지.’
그 뒤통수를 괜히 오래 바라봤다.
그때,
노란 차 옆으로 또 다른 우주인이 다가왔다.
비슷한 볼살, 비슷한 키.
아마 같은 해에 태어났을 얼굴 하나.
그 아이가 차 문을 잡고 안을 들여다보자,
채아가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바라봤다.
둘이 잠깐 서로를 빤히 보더니,
툭, 하고 같이 웃었다.
그 한 번의 웃음 때문에
키즈카페 소리가 잠깐 멀어졌다.
‘아, 우리 딸은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구나.’
사진으로 보면 그냥
키즈카페 풍경 한 장면인데,
엄마 눈엔
“우주인끼리 첫 통신 성공”처럼 보였다.
처음 마주쳤을 때
둘 다 호기심이 가득해서
서로 얼굴 쪽으로 손을 가져갈 때마다
혹시 손톱이 스칠까 봐
내 몸이 먼저 앞으로 나갔다.
그러다 둘이 자연스럽게
손을 장난감 쪽으로 돌리며
핸들을 함께 잡는 걸 보고
조금 안심했다.
말은 아직 못 하는데,
눈빛으로는 이미,
“같이 놀까?” 하고 묻고
“응, 이거 재밌다” 하고 답하는 것 같았다.
그 조용한 상호작용이
참 예뻤다.
노란 차 안에서 웃는 채아 얼굴은
내 눈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친구랑 더 놀고 싶어요.”
올해 태어난 아이가
친구랑 어울려 놀겠다고 웃는 걸 보니까,
대견함이 먼저 올라오고,
그 뒤를 따라
조금 허전함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이 아이의 세상은
거의 다 ‘엄마’였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 안에
동갑내기 친구 한 칸이
또 생긴 것 같아서.
원래 바라던 장면인데도
막상 눈앞에서 보니까
가슴이 살짝 쿡, 하고 눌렸다.
‘아, 이제 나 말고도
너를 웃게 하는 얼굴들이
하나둘 생겨나는구나.’
집에 돌아와
사진을 다시 넘겨봤다.
운전대를 같이 잡던 손,
창문 너머 친구를 바라보던 눈,
둘이 마주 보며 웃던 얼굴.
그날 엄마는
네가 친구랑 웃는 얼굴을 보면서,
언젠가 엄마 곁을 떠나
자기 삶을 찾기 위한 첫걸음을 막 떼려는
아름다운 아기새 한 마리를 보고 있었어.
채아의 밝은 웃음이
내 마음 한편을 조금 허전하게 만들면서도
나는 속으로 다시 한번 되뇌었다.
“네가 행복했다면, 그걸로 된 거야.”
엄마는 늘,
채아가 자라나는 모든 순간을
여기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