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 ː 無害
누군가 내 삶에서 이렇게 미워본 적이 있었을까.
아니다, 단연코 없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너무 미워했다. 때로는 당신이 사라져버리기를 바랄 만큼.
나를 미워하고, 나를 증오하는 그 사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 큰 미움과 더 깊은 증오를 되돌려주는 것뿐이었다.
나에게 미움이 던져질 때마다, 나는 두 개, 세 개의 미움을 얹어 던졌다.
어둠 속에서 더 큰 어둠을 찾아 쥐어 올리는 일처럼,
심연이 심연을 끌어당기는 일처럼.
그러는 사이
내 마음은 바람만 스쳐도 갈라지는 마른 대지로 변해갔다.
거울 속 얼굴은 빛을 잃은 식물처럼 서서히 색을 잃어갔다.
거울 속의 나는 금이 가득한 찻잔처럼 위태로웠다.
조금만 건드려도 쏟아져버릴 것 같은.
그 모습이 싫어서였을까 아니면 나를 찾기 위함이였을까
거울을 보며 나는 입꼬리를 아주 천천히 올려보았다.
억지의 온기라도 좋았다.
그 희미한 빛 한 점이 금 사이에 스며들 듯 조용히 번졌다.
그렇게 나는 혼자 웃는 연습을 시작했다.
내 안의 미움의 응어리를 녹여내기 위해,
어둠이 나를 온통 차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서서히 다짐했다. 나를 더 이상 해치지 않기 위해ㅡ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더 이상 너의 그림자에 내 하루를 넘기지 않기로.
그 다짐은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으려는 착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저 먼저 나를 해치지 않으려는 태도의 시작이며,
미움의 방향을 꺾어 내 안으로 파고들던 칼끝을 거두는 일,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 나에게 돌려주는 일이었다.
그렇게 미워하지 않기로 한 날들은
누군가를 용서하는 날이 아니라,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해 조용히 걸어가는 날들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천천히 연습한다.
미워하지 않기로 한 나의 하루를,
무해해지기 위한 하루의 연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