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치 않기로 한 날들

무해 ː 無害

by 강혁

나는 오래도록
나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몸을 관리하고, 습관을 다듬고, 스스로를 일정한 긴장 상태에 두는 사람.

겉으로 보면 성실했고, 부지런했고, 매력적이였으며 나름 단정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의 기준은 언제나 나에게 있지 않았다.

거울 앞에서 확인한 것은 내가 괜찮은 상태인지가 아니라
남의 기준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였다.


조금만 어긋나도 마음이 먼저 조급해졌고, 그 조급함은 곧 나를 다그치는 방식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비교 속에서 자랐다.


처음의 비교는 아주 사소했다.

누군가의 모습, 누군가의 속도, 누군가의 결과.

하지만 어느세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나도 모르게 나를 옆에 세웠다.


비교는 나를 나아지게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잘하게 만들지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를 조금씩 잃어가게 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보다 누군가와 얼마나 비슷해졌는지를 먼저 확인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내가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을 더 많이 세어왔다.

그렇게 시간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른 이를 따라가며 기준을 맞추고, 속도를 흉내 내고, 방향을 겹쳐갈수록

이상하게도 나의 매력과 장점은 하나씩 사라졌다.

원래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무엇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지

그런 질문들은 비교 앞에서 늘 뒤로 밀렸다.


비교는
남의 장점을 훔쳐 오게 했지만, 그 대가로 나만의 결을 잃게 했다.

나는 점점 비슷해졌고, 그만큼 옅어졌다.


비교 속에서는 어떤 순간도 온전히 머물 수 없었다.

지금의 나보다 항상 다음의 내가 중요했고,
지금의 괜찮음은 언제나 임시였다.

그렇게 나는 앞서가고 있다는 감각 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고, 뒤처지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비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사람을 닳게 했다.

겉으론 아무 일도 없는데, 안쪽에서는 늘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비교를 멈춘다.

비교 속에서 흩어졌던 작은 나의 조각들, 말투 하나, 리듬 하나,

나만의 속도 같은 것들을 하나씩 주워 가장 소중한 나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그게 내가 선택한 무해함의 또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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