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門)-8

제8화. 반란

by 지그프리드

- 서문 -

이 글은 역사적 인물들만 역사에서 차용하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모두 허구입니다.

소설적 상상력이므로, 실제 역사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등장인물

주요 인물

- 담유화(18세) : 21세기 현대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갑자기 삼국시대 백제라는 나라에 떨어진 소녀

- 부여구(25세) : 백제 13대 어라하. 근초고왕. 냉혈한. 키가 9척에 달하고 무예와 궁술이 뛰어남


한유라 가족

- 한철민 : 여고생 한유라의 아버지

- 유지인 : 여고생 한유라의 어머니


한유라 여고 친구

- 지숙 : 단짝 친구


백제조정

- 부여융 : 백제 온조계의 마지막 후손

- 내신좌평 진고도 : 백제의 내신(왕명출납)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의 수장임

- 위사좌평 진정 : 백제의 위사(경호처) 좌평이며, 진고도의 동생

- 조정좌평 해구 : 백제의 조정(형벌. 감옥) 좌평이며, 최대 귀족세력이나 온조계를 주군으로 모심

- 병관좌평 : 백제의 병관(군사) 좌평

- 내두좌평 : 백제의 내두(재정) 좌평

- 내법좌평 : 백제의 내법(의례) 좌평

- 목라근자 : 백제 장수. 가락 7국을 평정한 장수

- 사사노궤 : 백제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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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반란


한편, 백제 한성의 왕의 침전에서는 부여구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벌써 며칠째 두문불출하고 조당에도 나가질 않고 있었다.

그래서, 신하들은 어라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걱정이 많았다.

사냥터에서 돌아온 후, 부여구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예전의 총기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부여구는 아직도 유화가 화살을 맞고 쓰러질 때의 눈빛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다.

유화가 빛이 되어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유화가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내가 왜 사냥을 같이 가자고 했단 말인가.... 그러지만 안 했어도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스스로 자책하고... 또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인지하지는 못했으나, 사냥터에서의 비극적인 일은....

유화라는 존재가 부여구에게 얼마나 큰 의미의 존재였는지를 일깨워주었다.


이 시각 진 씨 일가에서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내신좌평과 위사좌평은... 지금 어라하의 상황을 심각히 보고 있었다.


"지금 어라하께서 총명이 흐려지셨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내신좌평 진고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형님. 어라하께서 조정일을 등한시할 때... 저 간악한 해 씨들이 일을 도모하면 어찌하겠습니까?"

"해 씨 일족 말이더냐?"

"네. 저 해 씨들이 부여융과... 거사를 도모한다면... 지금 어라하께서 저러고 계시니...

꼼짝없이 우리 진족들도 몰살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대비를 해야 할 듯싶습니다. 형님... 우선, 저 들이 군사들을 궁안으로 쳐들어 오기 전에

막을 병사들을 궁 안에 위사들로 위장시켜 놓아야겠습니다."

"그래... 아무래도 저 해족들이 무슨 일을 벌일 것 같구나... 흠.."


그날 밤. 조정좌평 해구 집에 부영융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이 모여들었다.


"지난 사냥터에서 안타깝게도... 부여구의 목숨을 빼앗았어야 되는데... 선녀가 나타나는 바람에..."

"그렇습니다. 그때 아쉽게도 절호의 기회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하나... 이제 다시 우리에게 기회가 온 듯 하오. 저 부여구가... 저리도 심약한 위인일 줄이야..."

"그렇고 말고요... 전하... 군사를 일으켜서... 일거에 궁궐을 장악하기에 지금이 적기입니다."

"하하하... 이번에야 말로... 저 부여구... 놈을 죽일 수 있겠구나... 하하하하"


음모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석촌동 고분 공원에 온 유라는 다시 3호분 앞에 서 있었다.

3호분 주변을 둘러봐도...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분명... 비밀이 있을 것 같은데...'


3층으로 된 거대한 돌로 쌓은 고분이다.

1층 기단 옆에는 거대한 호석들이 세워져 있었다.

둘러보던 유라가 체념하려고 돌아서려고 할 때,

희미한 글자가 보였다.

거대한 호석들 중 가장 큰 호석 상단에 희미하게 글자가 보였다.

신기하게도 한자로 되어 있었는데,

유라는 그 글자들을 읽고 있었다.


"이 글은 은애 하는 나의 여인 유화에게 쓰는 글이요.

그대가 그대의 세상에서 이 글을 읽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대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소."


'유화??? 나에게???'


"우리가 만난 것이 우연이라 생각했었소.

하나, 우리가 만난 것은 같은 시간이면서도 다른 시간 속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소.


이 글이 그대가 사는 시대에도 남아 있다면,

그대가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바라오.


내 생에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그대가 허락한다면.... 나는 그대를 다시 만나고 싶소. 유화"


눈물이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글은... 그가 나를 잊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어라하가 나를 그리워한다는 말이지 않는가?

그런데, 돌아갈 방법이 없다. 돌아갈 방법이...

뒤늦게 깨달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오열할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목걸이의 펜던트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백제 한성. 야심한 시각이다.

일련의 군사들이 백제 궁성을 넘고 있었다.

부여융과 해족의 군사들이었다.

수백의 군사들이 궁궐에 들이닥쳤다.

궁궐을 지키는 위사들이 수적 열세로 인해 뒤로 밀리고 있었다.

부영융이 소리쳤다.


"부여구를 잡아라. 부여구를 잡아오는 자에겐 포상을 내리리라."


우뢰와같은 함성으로 위사들을 몰아 붙이며 조당앞 대전까지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위사좌평 진정이 시급히 위사들에게 명했다.


"반란이다. 위사들은 어라하를 지켜라."


위사들이 대전을 둘러싸면서 방어 진을 갖췄고, 그에 맞서 반란군들이 칼을 들고 위협하고 있었다.

서로간의 군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부여융이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쳤다.


"부여구. 이 놈... 왜 안나오는 것이냐? 내가 두려워서 나오질 않는 것이냐??크하하하"


위사좌평 진정이 힐난하듯 말했다.


"어디 어라하가 그리 한가하신 분이더냐? 너희 같은 역적들을 상대하실 시간이 없으신 분이다."


부여융이 분노가 치밀어서 말했다.


"역적?...누가 역적이란 말이냐? 그 옛날 비류계가 우리 온조계의 왕권을 탈취하질 않았더냐?"


그때, 대전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나오고 있었다.


"어라하께서 납시오..."


찰칵.찰칵.찰갑의 갑주가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팽팽했던 양군의 적막을 갈랐다.

어라하의 갑주를 차려입고, 허리춤에 환두대도를 차고 위풍당당히 나오는 부여구.

그 모습이 어딜 봐서... 며칠동안 왕의 집무를 떼려치고 골방에 숨어있던 나약한 모습이던가?

순간....해구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허걱... 이건 설마... 함정?????'


부여구의 낮게 깔린 음성이 들려왔다.


"조정좌평 해구. 그대는 부여융의 신하인가? 나의 신하인가?"

"어리석구나. 부여구야... 내가 어찌 너의 신하였던가? 난 애초부터 부여융 전하의 사람이었다."

"그랬군...그래?"


부여융을 쳐다보며 말했다.


"부여융... 내가 너를 홀대 했더냐? 지난날의 선대왕들의 과오를 왜 너가 지려 하느냐?

온조 어라하가 억울하다? 본시 소서노 할마님께서 백제의 과업은 비류 어라하께 전하셨다.

헌데, 너희 온조계가 소서노 할마님의 큰 뜻을 모른체하고 십제를 세우는 바람에,

비류 어라하께서 이루고자 하였던 환서대제국 백제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함에도 이제 또다시 너희 온조계는 이 백제를 깨려 함이냐?"


부여융이 한심한 듯 외쳤다.


"그것이 어찌 온조 어라하의 뜻이더냐? 너희 비류의 뜻이었지?"


더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이, 부여구가 하늘을 바라본 후 부여융에게 말했다.


"그랬지...암...그때나...지금이나...너희 온조계는 대 백제의 꿈이 없었지.

이제 선대의 과오를 내가...나 부여구가 끊어 내리라.

위사좌평 진정."

"예. 어라하."

"저 역도들을 처단하라."

"어라하의 명을 받드옵니다. 전 위사들은 들으라. 저 역도들을 처단하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궁궐 지붕위에서 수백의 궁수들이 나타났다.


해구가 당황하여 말했다.


"뭐냐? 저 병사들은??? 함정이다...함정...부여융 전하를 지켜라."


수백의 궁수들이 화살을 해구의 병사들에게 날렸고, 궁궐밖에서 또 다시 수백의 위사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한바탕 피의 혈전이 벌어졌다.

위사군과 해구군의 혼란했던 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사군에게 승기가 돌아갔다.

점차 해구군은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부여구가 위사군을 향해 말했다.


"위사군은 뒤로 물러나라."

"예. 어라하."


순식간에 대전은 위사군과 소수의 해구군간에 전투를 멈추고 대치하게 되었다.


"부여융. 승패는 정해졌다. 그대가 선택하라.

여기서 저 불쌍한 병사들의 목숨까지 다 죽일건지.

아니면, 그대와 나의 싸움으로 끝낼건지를...."

"어리석구나...부여구야...내가 포기할 성 싶으냐???"

"어리석은 건....너가 아닌가? 머리가 있으면 주위를 둘러보라.

이젠 너를 지켜줄 병사가 남아있질 않는다."


부여융이 주위를 둘러 보았다.

지친 병사들의 눈빛과 마주쳤다.

이제 모두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고픈 마음이었다.


"그래. 좋다. 여구야... 너와 나의 마지막 대결을 해보자꾸나."


부여구와 부여융.

서로의 칼끝은 서로 상대방의 목을 향해 있었다.

한번, 두번, 세번....열번의 칼의 교차가 있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여유있는 부여구와는 달리 지친 기색이 역력한 부여융이었다.

부여구의 칼이 마침내 부영융의 목덜미에서 멈췄다.


부여융이 체념한 듯 칼을 내리면 말했다.


"내가... 졌다. 죽여라."


그런 부여융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부여구가 칼을 내리며 말했다.


"내가 그대를 죽일 것 같나? 그대와 나는 이 백제의 근간이다.

내 어찌 백제의 근간을 없애리요.

그대의 죄는 크나, 그간 백제를 위해 헌신했던 공적을 감안하여 용서해주겠다."


용서해주겠다는 말을 하고 뒤를 돌아 걸어갔다.

주위에 있던 신하들이 안된다며 말렸다.


"어라하. 저 자는 지은 죄가 크옵니다. 용서하시면 안되옵니다. 어라하. 참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한참을 허공을 응시하던 부여융이 갑자기 칼을 들고, 걸어가고 있던 부여구의 등 뒤에서

부여구를 향해 막을 새도 없이 쏜살같이 돌진했다.


"어라하. 위험하옵니다. 어라하."


모두들 부여융의 기습에 놀라, 부여구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무방비 상태로 있던 부여구의 등에 부영융의 칼이 찔리기 전에 밝은 빛의 무리가 부여구를 휩싸았다.

시간이 멈춘 듯 빛의 무리가 부여구를 감싸안았고, 그와 동시에 유라가 나타났다.

부여융의 칼은 부여구를 찌르질 못하고 빛의 무리에 튕겨져 나갔다.


석촌동 고분군에서 글을 읽고 있던 유라가 갑자기 난데없이 빛이 나더니,

다시 백제로 와버렸다.

그것도 반란군과 싸우고 있는 전투 한복판에...


빛의 무리와 함께 나타난 유화를 보고서는 환한 미소를 띄우며,

유화가 다칠까봐 안아서 돌려세우고는 그대로 칼을 뽑아 부여융을 베었다.


"그래... 나의 백제는 애초부터 아니였다. 나의 백제...."


부여융이 고개를 떨구며 숨을 거뒀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진동하는 피냄새에 유화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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