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민준이 쟁탈전
- 서문 -
따뜻한 커피 향과 복잡 미묘한 감정이 얽히는 카페 안단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 등장인물
- 민준(23살) : 명문대를 휴학하고 군 전역 후, 복학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 주인공,
눈치는 없지만, 다정한 성격
- 서윤(23살) : 카페 안단테 사장의 딸, 털털하고 까탈스러운 성격. 민준이와 동갑
- 하윤(18살) : 비밀을 간직한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소녀
- 점장 : 카페 안단테 사장의 처남, 카페의 경영을 맡고 있음
- 보안팀장 : 태성그룹 보안팀장
- 이 회장 : 태성그룹 회장, 하윤의 아버지
- 조태오 : 하윤의 약혼남, 여성 편력이 심함, 여자를 보기를 도구로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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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민준이 쟁탈전
폭풍 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카페 '안단테'의 유리문에는 다시 [영업 중]이라는 푯말이 걸렸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입구에는 점장님이 직접 쓴 '경사 났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카페 안은 고소한 커피 향 대신 고기 굽는 냄새와 달콤한 케이크 향으로 가득 찼다.
"자, 자! 우리 카페의 영웅 강민준과 돌아온 탕아 이하윤을 위하여!"
점장님이 샴페인 코르크를 뻥 소리 나게 따며 소리쳤다.
민준은 뺨에 반창고를 붙인 채 쑥스러운 듯 웃었고, 하윤은 그 옆에서 민준의 소매를 꼭 쥔 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서윤이 슬그머니 하윤 옆으로 다가왔다.
서윤은 괜히 큼큼거리며 하윤의 앞에 자신이 직접 만든 '특제 초코 무스 케이크'를 내밀었다.
"야, 이하윤. 너 없으니까 주방 설거지거리가 안 줄어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서윤 씨... 죄송해요.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하윤이 울먹이자, 서윤은 고개를 홱 돌리며 툭 내뱉었다.
"됐어. 울긴 왜 울어. 대신... 너 아까 보니까 요리 배우고 싶다며? 오늘부터 주방 출입 금지 해제야. 대신 내 허락 없이는 불 켜지 마. 알았어?"
서윤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화해 방식에 하윤은
"네! 선배님!"
이라며 서윤을 꽉 껴안았다.
서윤은
"아, 더워! 저리 가!"
라고 소리쳤지만,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미워할 수 없는 하윤을 바라보며 서윤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하지만 감동의 시간은 짧았다.
하윤이 민준의 접시에 고기를 놓아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문을 열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민준 선배님, 아까 저 구해주실 때 진짜 007 같았어요. 저 이제 선배님 없으면 잠도 못 잘 것 같아요. 책임지세요!"
하윤이 민준의 팔에 머리를 살짝 기대자,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서윤의 눈이 가늘어졌다.
서윤은 지지 않고 민준의 반대쪽 어깨를 툭 치며 끼어들었다.
"야, 강민준! 너 일주일 동안 내가 밤샘 자료 조사해 주고 커피 나른 거 잊었냐? 007은 무슨, 나 없었으면 넌 로비에서 입구 컷이었어. 은혜 갚아야지?"
민준은 양쪽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둘 다 고맙지... 진짜 고마워..."
"선배님, 저 내일부터는 카페 오픈 전공 수업 같이 들으면 안 돼요? 저도 선배님처럼 똑똑해지고 싶어요!"
"웃기시네. 강민준 내일부터 복학 준비하느라 바빠. 나랑 같이 도서관 가기로 했거든? 넌 카페에서 설거지나 배워!"
"치... 서윤 씨는 너무 독점욕이 강해요!"
"뭐? 독점욕? 난 2개월 선배로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거야!"
두 소녀의 불꽃 튀는 설전에 민준은 결국 맥주 한 잔을 단숨에 비우며 점장님께 구조 요청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점장님은 "허허, 청춘이 좋구먼!"이라며 모른 척 안주만 드실 뿐이었다.
소란스러운 파티가 끝나고, 세 사람은 카페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밤하늘엔 여름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고, 시원한 밤바람이 땀을 식혀주었다.
"민준아, 근데 진짜 학교 돌아갈 거야?" 서윤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응. 제대로 졸업해서, 하윤 씨 아버님이 다시는 무시 못 할 만큼 당당해지려고. 그리고 우리 카페 안단테도 지켜야 하니까."
하윤은 민준의 손을 살포시 잡으며 속삭였다.
"저도 이제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 아빠한테 당당하게 말할 거예요. 제가 선택한 사람들과 여기서 제 꿈을 찾겠다고요."
서윤은 두 사람 사이에서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좋네. 그럼 내일부터 지옥의 트레이닝 시작이다? 강민준은 복학 공부, 이하윤은 주방 청소! 나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어!"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여름밤의 골목길을 가득 채웠다.
비록 사랑의 쟁탈전은 현재진행형이었고, 앞으로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지만,
카페 '안단테'의 이름처럼 그들은 자신들만의 속도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행복을 향해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