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이 말해주지 않는 삶

<마음을 채우는 작은생각 #10>

by 여의도겨울바람

세상은 온통 확률로 가득하다.

강수 확률, 주식시장 등락, 대학 합격률, 성공 가능성, 손익 예측.

우리는 매 순간 숫자로 환산된 가능성 앞에 선다.

수학적으로 정의된 확률은 명확하다.

그 냉정한 수치 앞에서 우리는 기가 죽기도 하고 반대로 안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을 살아갈수록 알게 된다.

수학적 확률과 인생에서 체감하는 확률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전공을 선택하던 시절,

나는 철학이나 문학 계열로 가고 싶었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이 좋았다.

하지만 그 전공으로는 졸업 후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

실제로도 현실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보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길을 택했다.

경영·경제 계열로 진학했고,

기업에 들어가 기획과 전략 업무를 하며 보통의 직장인의 삶을 살아왔다.


지금의 삶에 불만은 없다. 후회도 없다.

안정적인 길이었고, 그 선택 덕분에 얻은 것들도 분명 많다.

그런데 가끔은 생각한다.

그때 내가 확률이 낮아 보였던 길을 택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더 힘들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질문은 후회라기보다

확률이라는 기준으로 선택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때 나는 가능성을 계산했고 그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 내 마음이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는 지금도 가끔 생각하게 된다.


낮은 확률 앞에서 물러서는 일은 현명해 보인다.

높은 확률을 택하는 일은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확률은 어디까지나 정보일 뿐이다.

결정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그것을 대하는 태도다.

확률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정보일 뿐이지만,

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낮은 확률이라고 해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마음,

높은 확률이라고 해서 무작정 기대지 않는 절제.

이 균형이 있을 때 우리는 숫자에 끌려가기보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나는 그때의 선택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의 선택에서는 확률만이 아니라

내가 왜 그 길을 가고 싶은지도 함께 묻고 싶다.


통계는 평균을 말하지만

내 삶은 단 한 번뿐이니까.

숫자를 참고하되,

마음의 방향을 함께 묻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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