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가끔 상상했던 장면으로 흘러간다

<마음을 채우는 작은생각 #12>

by 여의도겨울바람

가끔은 마음속으로 한 번쯤 그려보았던 장면이

어느 날 현실이 되어 있는 순간을 만난다.


처음부터 그것을 이루겠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장면을 한 번쯤 상상해 본 적이 있었을 뿐이다.



여의도 – 처음 그려본 직장인의 풍경


대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여의도에 가보게 되었다.

Report 작성을 위해 필요한 자료가 국회도서관에 있어서였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바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에는 생각보다 넓은 여의도 공원이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풍경을 직접 걸어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빌딩 중에서 내가 다닐 회사도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상상이었다.

그런데 몇 년 뒤 나는 여의도에 있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상해 – 와이탄의 밤


대학교 4학년 때, 조별 과제를 위해 중국 북경과 상해에 갈 일이 있었다.

상해에는 먼저 취업한 친구가 살고 있어서 며칠 동안 친구 집에 머물렀다.

동방명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불빛과 와이탄에서 바라본 야경은

그때까지 내가 보았던 어떤 풍경보다도 인상적이었다.


그곳을 걸으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언젠가 이런 도시에서 한 번쯤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 생각도 그날 밤 와이탄의 바람처럼 가볍게 지나갔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던 중 상해 주재원으로 근무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나는 5년을 살았다. 회사도 와이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 꿈같은 순간


시간이 흐른 뒤 또 하나의 장면이 생겼다.

농구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NBA 경기를 보러 가게 된 날이다.

Golden State Warriors와 LA Lakers 경기였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면서 아들이 내게 말했다.

“아빠, 지금 이 상황이 꿈처럼 느껴져.”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대답을 해줬다.

"너가 좋아하는 Stephen Curry가 은퇴하기 전에 한번 더 보러 오자."


그때는 단순한 립서비스 정도였는데,

조만간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생활해야 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작가 – 아직 현실이 되지 않은 상상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왔던 일이 하나 있다.

글을 쓰며 살아보는 삶이다.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실천은 늘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다 2025년 12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니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전업 작가로 살아보는 삶을 가끔씩 상상해 본다.



이 모든 일들을 단순한 우연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상상을 한다는 것은,

내 삶의 레이더를 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한 번 그려본 장면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모르는 사이 그 장면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상상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가고 싶은 미래를 잠시 먼저 걸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미리 한 번 걸어본 길은 완전히 낯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상상한다.

앞으로 삶이 어떤 풍경으로 펼쳐질지.


여의도의 빌딩 숲을 처음 올려다보던 순간,

와이탄의 밤바람을 맞으며 걷던 거리,

샌프란시스코의 경기장에서 아들과 함께 웃던 시간.

돌이켜보면 그 장면들은

한때 마음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상상들이기도 했다.


어쩌면 삶은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마음속에서 다음 장면을 그려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조용히 그려보는 또 하나의 풍경,

언젠가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삶도

그 상상에서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지 모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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