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나는 오랑코리아입니다.

제목을 보시고 '오랑우탄'의 오타가 아닐까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신 대로 '코리아'와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며 배운 단어 하나가 유독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말레이어로 '오랑(Orang)'은 사람을, '우탄(Hutan)'은 숲을 뜻한다고 합니다. 즉 오랑우탄은 '숲의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오랑코리아'는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이라는 말이 됩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한국인들을 무척 따스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서툰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오는 그들에게, 우리도 "오랑코리아"라고 화답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관광객을 태워주는 자전거 '트라이쇼(Trishaw)'에서 울려 퍼지던 K-팝은 백미였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최신곡인 로제의 '아파트'까지, 낯선 타국 땅에서 들려오는 우리 노래 덕분에 귀빈이라도 된 양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대학 동기 여덟 명과 함께했습니다. 손자가 다섯이나 있는 친구도, 여전히 자식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친구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순간만큼은 갓 대학에 입학했던 스무 살의 감성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행은 이미 충분히 성공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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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야자수와 끝없이 펼쳐진 해변. 바느질 한 땀에 담긴 이 이국적인 풍경은 일상의 탈출을 꿈꾸던 제 마음의 자화상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여러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만큼 문화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었습니다. 이슬람교를 주축으로 다양한 종교와 축제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고, 음식 또한 중국과 인도, 태국과 베트남의 맛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여행 내내 한식을 찾지 않을 정도로 입이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매료시킨 것은 '느림이 주는 여유'였습니다. 복잡하고 빠른 속도에 익숙했던 한국의 일상에서 벗어나, 어딜 가든 푸른 나무가 반겨주고 깜깜한 호수 주변에서 작지만 소중한 반딧불이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랜드마크인 트윈타워를 구경하는 것보다 그 고요한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여행의 의미를 타로카드의 '0번 바보(The Fool) 카드'에 비유해 보고 싶습니다. 익숙한 일상을 무작정 떠나는 용기,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정의 시작, 그리고 편견 없는 개방성이 바로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요.

40년 만에 함께 먹고 자며 친구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얻은 새로운 에너지는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조금 더 나은 우리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뜨리마 까시(감사합니다), 말레이시아! 일상의 힐링이 필요하다면 꼭 한번 이곳으로 떠나보시길 권합니다. 줌빠 라기(다음에 또 봐요),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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