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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한

문득 눈을 뜨면 창 밖의 모든 것이 파도였다. 내 발 밑에 가득 깔린 우울은 이미 잠겨 수면을 떠다니고 있었다. 파도를 피해 도망친 기대와 희망 위에 쪼그리고 앉아 조만간 이곳마저도 잠기겠구나 체념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한해를 지쳐가며 떠나보내던 찰나에 내 조그만 언덕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왔었다. 벗어날 곳 없이 막혀 있던 나와는 다르게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어디서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새. 그 새와 내가 유일하게 닮았던 것은 지쳐 있다는 것이었다. 언덕에 앉아 서로를 감싸 안고 서광이 비치는 아침이건 의미 없이 떠나보내던 노을이건 마주 앉은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조잘거리며 웃었다.

그러다 문득 새에게 물었다. 저 너머는 여전히 아프냐고. 그러자 새가 말했다. 그건 네가 지쳤기 때문일 뿐이고 너는 오래도록 이 언덕을 견뎌 왔으니 내가 본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나만 괜찮다면 이 언덕을 벗어나 저 바다를 항해해보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끝으로 새는 다시 머나먼 여행을 떠나갔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작은 조각배를 타고 이 끝날 일 없는 파도 위에 올라갔다. 많은 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여전히 내가 나아졌는지 알 길이 없다. 누구도 다시 나에게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풍랑에 해지고 부서진 배 위에서 내려앉을 섬을 찾아 온종일 떠돌아다니고 있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어느 섬에 앉게 되면 내 낡은 배를 누군가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토록 험했던 파도 위에서 여태껏 살아서 넘실거린다. 더 빨리 벗어나기 위해 온종일 기를 쓰고 잡은 노에 쓸린 손이 아팠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나도 육지에 안착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 다시 너를 만나 해변 위에 쏟아진 별을 보며 다시금 밤새 조잘거리고 싶다.


2022/05/12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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