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에서 필자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프로이트의 정신 지도’로 설명했다. 이번 장에서는 융의 이론을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이름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유는 개인적으로 영혼(soul)의 존재를 믿는 필자는, 역사적으로 융만큼 인간의 영혼에 대해 우리의 가슴에 깊이 와닿는 설명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놓고 영혼의 존재 유무에 대해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융의 빛나는 통찰인 집단무의식을 통해 인간의 영혼에 대해 여러분이 깊은 통찰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융의 이론을 쉽게 설명할 것이다.
융은 이러한 집단무의식을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구분했다. 그것은 페르소나,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림자, 그리고 자기이다. 이 네 가지 정신 구조에 대해서는 이미 3장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보다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에서는 뇌과학적 관점에서의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그림 6-8>은 융의 집단무의식을 두뇌 구조와의 대응 관계 속에서 시각적으로 나타낸 도식이다.
먼저 페르소나(persona)다. 비교적 일반 독자에게도 익숙한 용어일 것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사용하던 가면(mask)에서 유래한 말이다. 융은 이 ‘가면’이라는 의미에서 착안해, 자신의 집단무의식 이론에서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융이 말하는 페르소나란 곧 사회적인 가면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사원, 팀장, 과장, 국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가정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라는 역할을 맡는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이처럼 상황에 맞는 페르소나를 쓰는 일이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페르소나의 본질이다.
어쩌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게 되는 궁극적인 이유는, 타인의 평가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문화적 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3장에서 한국 사회에서 특히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뇌과학적 이유에 대해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림 6-8>에서 보듯이, 페르소나에 대응되는 두뇌 구조는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 ACC)이다. 전두엽의 일부인 전대상회는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이에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