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실험에 따르면 전자와 같은 미시적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워낙 널리 알려진 실험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 실험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는 바로 관찰자의 유무다. 관찰자가 없을 때 물질은 파동처럼 행동하지만, 관찰이 이루어지는 순간 입자처럼 행동한다(엄밀하게 말해서, ‘관찰자’라는 말보다는 ‘측정 장치를 통한 측정 행위’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우리의 일상적 직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러한 현상이, 미시 세계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집에서는 말괄량이처럼 행동하던 다 큰 딸이(파동의 성질),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남자, 즉 관찰자 앞에서는 갑자기 요조숙녀로 변하는 모습(입자의 성질)과도 비슷하다. 마치 입자가 감시자인 관찰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을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에서 물질(m)은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신비로운 현상을 조금 더 과감하게 해석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물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앞서 나간 해석처럼 느껴지는가?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분명한 뇌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외부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구성해 낸 가상의 믿음과 예측을 통해 현실을 바라본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현실은 객관적 세계 그 자체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 낸 하나의 해석 결과에 가깝다. 이러한 사실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림 6-14>다.
<그림 6-14>에 따르면, 우리의 눈(시각)에서 시상을 거쳐 시각피질로 전달되는 연결선보다, 시각피질에서 시상으로 되돌아가는 연결선의 수가 몇 배는 더 많다고 한다. 시상tThalamus)은 후각을 제외한 인간의 여러 감각, 즉 시각·청각·촉각·미각 정보가 반드시 거쳐 가는 일종의 중개소와도 같은 뇌 부위다.
시각 처리 과정에서 시상은 눈으로 들어온 정보와, 이미 시각피질에 저장된 시각 기억 사이의 차이를 비교한 뒤, 그 결과를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눈에서 들어온 정보가 시각피질에 저장된 기존 정보와 큰 차이를 보인다면, 시각피질은 다시 시상으로 정보를 역방향으로 전달하게 된다. 이후 전전두엽의 판단을 거쳐, 생존에 보다 적합한 행동이 선택된다. 이처럼 눈에서 시각피질로 향하는 연결보다 시각피질에서 시상으로 되돌아가는 연결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우리가 외부의 세상을 현실 그대로 인식하기보다는 뇌가 미리 구성해 놓은 믿음과 예측에 따라 세상을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저명한 뇌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 박사의 설명은 매우 인상적이다.
“시각 정보는 눈에서 가쪽슬상핵을 거쳐 일차 시각피질로 이동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반대 방향으로 정보를 되먹이는 연결선들이 10배나 더 많다.”
“세계에 관한 상세한 예측들, 다시 말해 세계에 있으리라고 뇌가 ‘짐작하는’ 바는 시각피질에 의해 시상으로 전달된다. 그러면 시상은 그 예측들을 눈에서 오는 정보들과 비교한다. 만일 예측(내가 고개를 돌리면 의자가 보일 것이다)과 정보가 일치하면, 시각 시스템으로 되돌아가는 신호는 매우 적게 발생한다. 시상은 단지 눈이 알려주는 바와 뇌의 내부 모형 사이의 차이만 보고한다. 바꿔 말해 시각피질로 되돌아가는 신호의 내용은 뇌가 예상한 바의 결함, 즉 오류이며, 곧 뇌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요컨대 어느 순간이든 우리의 시각 경험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보다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는 것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한다.”
-『THE BRAIN, 더 브레인: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