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그림자의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바로 어둠이다. 성경은 빛을 선, 진리, 구원과 같은 긍정적인 상징으로 묘사하는 반면, 어둠은 악마, 죄, 죽음, 심판 등 부정적인 의미로 표현해 왔다. 실제로 빛이 전혀 없는 어둠은 인간에게 강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둠과 관련하여, 내가 직접 겪었던 무서운 경험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의 강가에는 휴가를 나온 군인이 익사(溺死)한 장소가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전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몇 명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동네 어른들은 그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곤 했다. 그러나 유난히 모험심이 강했던 나는 겁도 없이 친구들과 그곳에서 물놀이를 하곤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친구들 앞에서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친구들과 수영을 하다 사람들이 자주 익사했다는 바로 그 지점에 이르렀다. 그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내 발을 아래로 강하게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놀라 친구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그 장소를 벗어났다. 지금도 그때의 공포감은 놀랄 만큼 생생하다. 당시 나는 익사한 물귀신이 함께 가자며 내 발을 붙잡고 끌어당긴다고 믿었다. 만약 그때 튜브가 없었다면, 나 역시 익사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 이후, 나는 물에 대해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 한동안은 집 안 화장실의 욕조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웠고, 심지어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이유 없는 공포가 밀려오곤 했다.
세월이 흘러 공무원이 된 뒤, 어느 날 한 동료와 함께 이 근처에서 우연히 밤낚시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이 장소가 어릴 적 끔찍한 경험을 했던 바로 그곳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낚시꾼들 사이의 대화가 들려왔다.
“저기 시커멓게 보이는 곳 보이지? 저기서 이 마을 청년이 빠져 죽었다더군. 살아남은 사람들 말로는 물밑에서 뭔가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럼 밑에 물귀신이 있는 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지.”
이 대화를 듣는 순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한꺼번에 되살아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잊고 있던 기억이 갑작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나는 멀리 보이는 문제의 그 장소를 바라보았다. 그날따라 그곳은 유난히 더 검고 음산하게 보였다. 그곳이 바로 의식(사람)을 집어삼키는 어둡고 무서운 (집단무의식의) 그림자(물귀신)였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귀신이라는 현상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왜 일부 사람들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귀신과 관련된 경험을 하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그 이유를 집단무의식의 동조 현상에서 찾고자 한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 각자의 두뇌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적 진동이 서로 겹치고 증폭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집단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건의 익사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내가 겪은 공포스러운 경험을 이 관점에서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 즉, 특정 장소에서 비슷한 원인으로 반복적인 비극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그 장소에 대해 특정한 종류의 강한 정서적 진동을 발산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잠시 후 다시 설명하겠지만,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은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통해 외부로 미세한 전자기적 진동을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는 각각의 고유한 진동이 발생한다.
이제 앞에서 설명한 집단무의식을 이러한 뉴런의 전자기적 진동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자. 특정 장소에서 여러 명이 익사하자, 사람들은 그 원인을 과학적 요인이 아닌 초자연적 존재로 돌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바로 물귀신과 같은 익사자의 원혼(冤魂)이다. 누군가 “익사의 원인은 물귀신 때문이다”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이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전해지며, 점차 하나의 사실처럼 굳어졌을 것이다. 결국 아무도 실제로 본 적 없는 물귀신이 마치 실재하는 존재인 것처럼 믿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그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근처를 지날 때마다, 물귀신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상상은 단순한 두려움을 넘어 하나의 기대가 되었을 것이다. “여름이 되면 또 사고가 날 때가 되었지”라는 식의 음산한 기대로 말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매우 유사하다. 어떤 믿음이나 기대가 반복되면, 결국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여러 사람의 두려움과 기대가 하나의 강한 정서적 진동으로 결합되면, 마치 그 진동에 맞는 희생자를 끌어당기듯 실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내가 겪었던 그 무서운 경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귀신이나 영혼이라는 현상 또한 집단무의식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뉴런의 전자기적 진동이 합쳐진 결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진동이라는 마음의 힘이 귀신이라는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인식되는(나타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관점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공식과도 연결된다.
E = mc²
이는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제시된 질량–에너지 등가 공식으로,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전환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E)를 심리학적으로 확장해 해석한다면, 인간의 마음, 즉 정신에너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아인슈타인이 말한 에너지를 융이 말한 정신에너지로 대응시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융은 동량의 원리(Principle of Equivalence)를 통해, 정신에너지가 정신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더라도 그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분석심리학의 중요한 기본 원리 중 하나다(매우 흥미롭게도, 이는 또한 이전에 설명한 두뇌의 에너지원인 ATP와도 관련이 있다).
이 관점에서 아인슈타인의 공식 속 에너지(E)를 인간의 마음이나 생각으로 이해한다면, 내가 경험한 귀신 현상 또한 하나의 설명 가능성을 얻게 된다. 집단무의식의 그림자에 의해 동조된 여러 사람의 일치된 생각과 두려움(E)이, 물귀신(m)이라는 구체적 형상으로 인식되어 특정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이처럼 그림자의 어둠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인간의 무의식과 집단적 정서, 그리고 뇌와 물리 세계를 잇는 하나의 깊은 통로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귀신 현상은 이제 막 100주년을 맞이한 양자론의 관점에서도 비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거시 세계와 달리, 미시 세계에서는 직관과 상식을 벗어난 현상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빛이나 전자와 같은 미세한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는 파동처럼 행동하다가, 다른 상황에서는 입자처럼 행동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이중슬릿 실험’이다.(전자는 원자에 포함되어 있으며. 전자와 원자는 입자의 한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