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해, 임금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다
세종대왕님의 마음을 분석하다
by 카사노바의 생존 심리학 Apr 2. 2026
다음으로 너무 강한 직언으로 세종의 심기를 여러 차례 불편하게 한 고약해를 들 수 있다. ‘고약하다’라는 말의 뜻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괴팍하고 사납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을 처음 했던 사람이 바로 세종대왕이라는 재미있는 설이 있다. 세종이 얼마나 고약해라는 인물이 싫었으면 ‘고약해 = 괴팍하고 사납다’라는 말까지 했을까? 실제로 실록에도 세종이 고약해의 고약한 직언 때문에 대놓고 화를 내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실록에서는 고약해를 이렇게 평가했다.
“고약해 같은 인물은 말버릇이 없고 행동에 절제가 없어 임금에게 함부로 덤비는 일도 있었으나 쓸모가 있다는 이유로 끝까지 등용하여 부렸다.”
- 박영규의 『세종대왕실록』 중 -
세종 22년 3월, 형조참판이었던 고약해가 파직당한다. 사유는 지방관의 6년 임기제를 3년으로 바꿔야 한다고 무리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세종은 고약해에게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자신을 설득해 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약해는 그렇게 하지 않고, 도리어 임금에게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한다.
“전하께서 현명한 임금이 아니라면 신이 뭐 하러 조정에서 벼슬을 하겠습니까? 신이 무슨 이해관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신이 그 폐단을 직접 목격하였기 때문에 감히 말했을 뿐입니다. 이제 신의 청을 승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신을 옳지 못한 자로 여기고 있으니 신은 사실 실망스럽습니다.”
― 박영규의 『세종대왕실록』 중 ―
임금을 상대로 아주 생떼를 부리고 있다. 만일 태종에게 저러했다면 아마도 유배를 가지 않았을까? 세종이 현명한 임금이니까 자신의 억지 주장도 들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지다. 고약해의 말처럼 현명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비논리적인 생떼를 거부해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기에 세종은 이번 일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세종은 도승지(지금의 대통령 비서실장)를 따로 불러 이렇게 말한다.
“고약해가 행동이 크고 속을 숨기지 못하는 성미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한 말들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나는 그를 신문하고자 한다.”
― 박영규의 『세종대왕실록』 중 ―
실록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우리의 성군 세종대왕님께서 몹시 화를 내시는 장면이다. 글을 통해 알 수 있듯, 이때의 세종은 고약해의 계속된 무례한 언행으로 인해 무척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바로 이때 그의 그림자에 해당하는 편도체가 강하게 자극받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를 신문하고자 한다’라는 말을 통해 세종의 숨겨진 공격성이 외부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기록을 보니 고약해라는 인물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페르소나의 전형인 세종대왕의 숨겨진 그림자를 강제로 끄집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고약해는 임금 앞에서조차 거침없는 언행으로 세종의 숨겨진 그림자의 투사를 받게 된다. 이것이 실록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세종의 어두운 그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