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여러 사람의 손을 지나, 한 사람의 하루가 완성된다
악기인형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 시간을 보고 있다.
그녀는
할머니를 조심히 살핀다.
작년보다 나빠지지는 않은 것 같아
조용히 숨을 내쉰다.
할머니는
그녀가 옆에 있으니
편안한가 보다.
하루에 두 번 재는 혈압이
오늘은 조용히 제자리를 지킨다.
이 집은
한때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집이다.
지금은 한 사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전이 되면 요양보호사님이 온다.
몸을 깨우고 물을 데우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식사를 준비하고 옆에서 도와준다.
할머니가 그림책의 색을 채우고 있는 동안
밤이 남긴 흔적들은 조용히 정리된다.
젖은 이불이 걷히고
세탁기가 돌아간다.
방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며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할머니는 혼자 걷는 것이
조금 어렵다.
그래서 가끔은 참다가 늦는다.
밤은 조용히 지나가지만
아침은 그 흔적을 남긴다.
오후가 되면
두 아들이 요일을 나누어 찾아온다.
밥을 차리고 혈압을 확인하고
기저귀를 갈아입힌다.
밤을 혼자 보낼 수 있도록
하루를 정리해 둔다.
두 며느리는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해 둔다.
다른 도시에 있는 큰딸의 목소리는 전화 너머로 들린다.
“화장실 가시요. 조심하시오.”
그 소리는 이 방까지 닿지 않지만
분명 여기까지 와 있다.
더 멀리 있는 작은딸,
그녀는
늘 자신이 하는 일이 없다고
마음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할머니 옆에 있다.
밤이 되면 할머니는 그녀를 부른다.
옆에 누워 있으라고.
둘은 같은 침대에 눕는다.
말은 없다.
서로를 가만히 본다.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면 또 본다.
이불이 밀리면 조용히 서로를 덮어준다.
이 집에서는 하루가 여러 사람의 손을 지나
천천히 완성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시간은 아주 느린 속도로 흐른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보고 있다.
나는
악기를 들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이 집에서는 다른 것들이
더 오래 울린다.
나는 이제,
이 집의 침묵이
가장 깊은 합주라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