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실에 불이 켜져있던 밤들

by 여운

음악실은 늘 해가 진 뒤에 조용해졌다.

문을 닫으면, 그 안의 소리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는 집에 가는 대신 그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내 옆에 앉지 않았다.

대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악보를 정리했다.

말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은 담장 안에서 다녔다.

교복 색만 달라졌을 뿐, 교문은 같았다.

중학교 첫 음악시간,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나를

그 사람은 오래 보았다.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고,

그날 이후 음악실은 늘 열려 있었다.


그 사람은 중학교 내내 나의 음악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마지막 해에는 담임이 되었다.

그 시절에는 야간자습이 있었다.

공부도 해야 했고,

피아노도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밤이 되면 음악실로 갔다.


그 시간 동안

그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 남아 있는 날에는

그도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돌거나

교무실에서 불을 켜둔 채

서류를 넘겼다.

나는 문이 닫힌 음악실에서

혼자 피아노를 쳤다.


체육복으로 갈아입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나는 체육관 대신 음악실에 있었고,

악보를 넘기거나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그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나는 음악실을 잃지 않는 쪽을 골랐다.

선택지는 많았지만,

그 건물 안에 피아노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그 음악실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이었다.

집은 조용해졌고,

조용해진 이유에 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학교에 다녔고,

동생도 같은 담장 안에 있었다.


그 사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음악실에서도, 교무실에서도

그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어느 주말,

그 사람은 나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차를 타고 조금 가면

본인이 다니는 교회 체육관이 있다고 말했다.


체육관은 생각보다 컸고,

탁구대는 중앙에 놓여 있었다.

우리는 마주 서서

말없이 탁구를 쳤다.

공이 네트를 넘을 때마다

탁, 탁 소리가 울렸다.


누가 먼저 이기자고 말하지도 않았고,

언제 그만하자고 정하지도 않았다.

나는 땀이 났고,

숨이 조금 가빠졌다.

그 사람은 점수를 세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집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학교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공을 받아쳤고,

그 사람은 다시 넘겼다.


돌아오는 길에도

차 안은 조용했다.

라디오도 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는

혼자인 느낌이 조금 덜했다.